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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피워낸 임영희 지는 날, 위성우-박하나 뜨거운 눈물 [WKBL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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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피워낸 임영희 지는 날, 위성우-박하나 뜨거운 눈물 [WKBL 플레이오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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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나고 위성우(48)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냉철한 승부사, 불호령의 아이콘과 같았던 위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애제자 임영희(39)의 마지막 경기를 직감했고, 6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함께한 베테랑이 마지막까지 보여준 헌신에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1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WKBL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68-75로 져 7연속 챔프결정전 진출 및 우승이 좌절됐다.

20년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 임영희의 현역 은퇴경기가 된 셈. 이날 임영희는 물론 위 감독과 상대편 박하나까지 모두 울었다.

 

▲ 우리은행 임영희(왼쪽)과 위성우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통합우승을 합작했다. [사진=WKBL 제공]

 

임영희는 1999년 광주 신세계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2009~2010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2012~2013시즌부터 위 감독과 함께 통합 6연패를 달성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우리은행 왕조가 시작됐던 2012~2013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고 2013~2014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정규리그 베스트5에 세 차례 들었다.

지난 8일 수원 OK저축은행과 시즌 최종전에선 WKBL 사상 처음으로 600경기 출장 금자탑을 세웠다. 2017년에는 WKBL 창립 기념 여자프로농구를 빛낸 12명의 선수에 선정됐다. 현역 선수 중에선 박혜진과 함께 임영희 만이 이름을 올렸다.

임영희는 식스맨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존재감을 키워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30대 들어 만개한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후보였던 그는 어느새 소속팀과 대표팀을 막론하고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더니 여자농구사에 길이 남을 성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점에서 은퇴하는 것까지 더할 나위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위성우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패배한 기분은 담담히 표현했지만 임영희 이야기에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오열했다. “아침에 슛 연습을 하면서 (임)영희한테 말을 건네다 '이게 마지막일 수가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희한테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소리를 하고 싶다. 영희한테 미안했다”며 “나이 마흔이 돼서 나한테 쌍욕 먹으면서도 내색 안 한 것에 이 자리를 빌려 정말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영희라는 선수를 만나서 정말 즐거웠다”는 그의 말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 우리은행 임영희(가운데)가 18일 현역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경기가 끝나고 삼성생명 박하나(오른쪽)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승리의 기쁨도 잠시 삼성생명 박하나 역시 임영희 얘기에는 눈물을 보였다. “신세계에 갔을 때 영희 언니와 처음 룸메이트였다”며 “상대로는 가장 힘든 선수지만 신세계에서나 대표팀에서 언니를 보면서 배운 게 많다”고 돌아봤다. 이어 “언니에게 고생 많이 했고 새로운 출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그간 고생을 치하했다.

대표팀 후배이자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일등공신 김한별도 “임영희의 마지막 경기라 슬프기도 하다”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적장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프로에서 40살이 될 때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면서 “WKBL이 인기를 얻고 인지도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극찬했다.

여자농구 ‘리빙레전드’로서 우리은행 왕조를 피워낸 ‘꽃’ 임영희가 지는 날 애제자와 함께했던 스승과 동료, 적장까지 모두 감회가 남달랐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최고 레벨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은퇴하는 임영희다. 제2 농구인생에선 또 어떤 방식으로 임영희 답게 나아갈지 농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은행을 물리친 삼성생명은 오는 21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1차전은 정규리그 1위 청주 KB스타즈의 안방인 청주체육관에서 오후 7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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