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박동원에게 한 말은 진심이었다. 당장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가 더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둘 다 했지만, 그때는 진심으로 말했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의 말이다.
지난 1일 2024 컴투스 프로야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박동원(34·LG 트윈스)은 ‘올해의 포수’로 뽑힌 뒤 재밌는 일화를 공개했다. 정규시즌 중 강민호를 만나 농담으로 "골든글러브 한 번 받게 해달라"고 했더니 "나는 한국시리즈 갈 테니, 골든글러브는 네가 받아라"고 들었다는 것.
이야기는 올해 KBO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경쟁이 접전으로 예상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강민호의 올 시즌 성적은 136경기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1. 박동원은 130경기 타율 0.272 20홈런 80타점 OPS 0.810이다. 강민호가 타격에서 우위지만 박동원도 포수 중 가장 많은 이닝(94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인상적인 한 해를 보내 혼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박동원과 강민호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나란히 등장했다. 둘은 사전 인터뷰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서로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동원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졌다. 공동수상은 없을까”라며 너스레를 떤 뒤 “나는 처음부터 내려놨다. 민호 형과 기사에서 경쟁자로 언급된 것 자체가 영광이다. 올해 못 받으면 내년에 도전하면 된다. 규정이닝이 안 돼 후보에도 이름을 못 올려 힘든 시절(2017~2021년)이 있었다. 지금은 거론이 되는 게 감사하다. 열심히 박수 치고 가겠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50:50으로 생각하고 왔다”며 “그동안 (양)의지랑 나, 둘만 나눠 가졌다. 박동원이 받으면 KBO를 이끄는 새 포수가 나오는 거다. 선배로서 진심으로 박수 쳐줄 것”이라며 응원했다. 그러면서도 최원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던 도중 “빨리 캠프를 가서 박동원, 아니 최원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은연중에 수상 욕심을 드러내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시상식장에 들어선 박동원과 강민호는 경쟁자임에도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이후 강민호(191표)가 박동원(89표)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개인 통산 7번째 골든글러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1년부터 이어진 양의지-강민호의 양강 체제는 올해도 굳건했다.
단상에 오른 강민호는 “상을 못 받을까 봐 가족들도 같이 못 왔다. 마음 비우고 왔는데 받게 돼 기분 좋다”며 “이제 나는 주전이 당연하지 않다. 후배들과 경쟁해야 한다. 내년에도 후배들과 멋지게 경쟁해서 다시 이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시상식 후 강민호는 수상 관련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먼저 박동원과 동행한 건 사전에 이야기가 된 일. “오기 전에 동원이에게 시상식 갈 거냐고 물었다. 난 네가 받더라도 가서 축하해 줄 거라고, 같이 가서 서로 앉아 있다가 누가 받든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고 했다”며 “동원이가 와서 정말 축하해 주고 꽃다발도 줬다. 멋있는 후배”라며 치켜세웠다.
아울러 시즌 중 박동원과 나눈 이야기는 ‘진심’이라며 “당장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가 더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둘 다 했지만, 그때는 진심으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양의지와 나를 제외하면 뒤를 이을 포수들의 성장이 더뎠다”며 “박동원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 김형준(NC 다이노스)이나 그 밑에 좋은 포수들이 나와 선배로서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7번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민호는 “아마 마지막 수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군필 이병헌 등 후배들이 올해 많이 성장했다. 후배들과 경쟁하면서 얻는 시너지로 다음 골든글러브를 욕심내 보겠다”고 언급했다.
강민호는 “지금까지 항상 주전 자리를 보장받았는데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이겨야만 출전할 수 있다”며 “올 시즌 초 부침이 있었다. (4월 10일 기준 타율 0.163) 잘 이겨내서 기회가 왔고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받는 원동력이 됐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초반에 못 하면 입지가 줄어들 텐데, 후배들과 열심히 경쟁해서 주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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