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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리글리 100주년' 71년만에 푼 컵스 염소의 저주, 그 중심엔 '저주 브레이커' 엡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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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리글리 100주년' 71년만에 푼 컵스 염소의 저주, 그 중심엔 '저주 브레이커' 엡스타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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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S 6차전서 LA 다저스에 5-0 완승, 4승 2패로 NL 챔피언…'밤비노 저주' 깼던 엡스타인의 리빌딩 노력 성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1916년 개장한 리글리 필드의 '100주년'에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1945년 이후 무려 71년만이다. 이제 리글리 필드에서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중심에 '저주 브레이커' 시오 엡스타인 사장이 있다.

시카고 컵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2016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카일 헨드릭스의 호투쇼에 힘입어 5-0으로 이기고 4승 2패의 전적으로 NL 챔피언에 올랐다.

이제 올 시즌 MLB 월드시리즈는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1, 2위 팀이 맞붙게 됐다. 어느 팀이 이기든 역사가 된다.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후 107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역시 1948년 이후 67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웃지 못했다.

◆ 밤비노 저주 깼던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리빌딩을 이끌다

시카고 컵스가 1945년 이후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던 것이 전력이 약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1945년 이후 1983년까지 무려 38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암흑기'가 있긴 했지만 라인 샌드버그, 돈 짐머, 그렉 매덕스, 새미 소사, 케리 우드, 지오바니 소토 같은 특급 선수들이 거쳐갔다.

이들을 앞세워 1984년 이후 지구에서 5차례나 정상에 올랐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울었다. 그렇기에 '염소의 저주'라는 말이 붙었다.

이런 시카고 컵스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 저주'를 깼던 엡스타인이 사장으로 취임했다. 고작 29세에 불과했던 엡스타인이 MLB 역사상 최연소 단장으로 보스턴을 이끌게 되면서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엡스타인은 단장 자격으로 2007년 한 차례 더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정상을 견인했다.

엡스타인 단장은 어느덧 30대 후반이 돼 시카고 컵스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 5년 계약을 맺고 시카고 컵스의 사장이 됐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5할 승률을 밑돌며 중부지구 최하위(5위)에 그쳤다. 엡스타인 사장의 능력도 의심받았다.

그러나 엡스타인 사장의 시카고 컵스는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크리스 브라이언트라는 최고의 신인이 탄생했고 2007년과 2013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존 레스터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레스터는 이미 엡스타인과 함께 2007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정상을 함께 경험했다.

그 결과 제이크 아리에타가 22승 6패를 올렸고 레스터(11승 12패), 제이슨 해멀(10승 7패) 등 3명의 투수가 10승 투수가 됐다. 2년차였던 헨드릭스(8승 7패)도 유망주로 떠오르며 시카고 컵스의 97승 65패를 이끌었다. 시카고 컵스가 90승 이상을 거둔 것은 2008년(97승 65패) 이후 7년 만이었다.

2016년은 더욱 강해졌다. 103승을 올리며 1935년(100승 54패) 이후 81년 만에 100승을 넘겼다. 창단 역대 최다승(116승, 1906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00여년전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시카고 컵스는 레스터(19승 4패), 아리에타(18승 8패)와 함께 3년차 헨드릭스(16승 8패), 해멀(15승 10패) 등 무려 4명의 투수가 '특급 선발'의 기준인 15승 이상을 올렸고 존 래키(11승 8패)까지 5명의 선발투수가 10승대를 기록했다. 탄탄한 선발 마운드와 함께 아롤디스 채프먼과 헥터 론돈이 뒷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또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 애디슨 러셀, 벤 조브리스트, 하비에르 바예즈, 파울러 등이 타선에서 맹활약하며 시카고 컵스는 투타에서 완벽한 팀으로 거듭났다.

◆ 환호하면서도 침착했던 시카고 팬, 더이상 저주 없이 월드시리즈로

리글리 필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1승만 더하면 월드시리즈로 갈 수 있었기에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시카고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했다. 이미 2003년의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는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재 마이애미 말린스)와 NL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3승 2패로 앞선 상황에서 6, 7차전을 리글리 필드에서 맞았다. 7회말까지 3-0으로 앞섰고 마운드에는 에이스 마크 프라이어가 있었다.

그러나 8회초 루이스 카스티요의 왼쪽 파울 타구를 모이세스 알루가 잡으려는 순간 스티브 바트먼이라는 컵스 팬이 낚아채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후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8회초에만 8점을 내줘 3-8 역전패했고 결국 7차전까지 내주면서 '염소의 저주'를 다시 한번 경험해야 했다.

이후 바트먼이 파울 타구를 잡았던 그 좌석은 '바트먼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바트먼석에 앉은 한 시카고 팬은 어떠한 파울 타구에도 동요하지 않으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환호하며 열광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한 시카고 팬들의 힘까지 더해져 '염소의 저주'가 절반 정도 풀렸다.

이제 엡스타인 사장의 시카고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완전히 풀기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염소의 저주가 풀렸다고 볼 수 있지만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야만 완전히 저주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홈경기가 세 차례여서 조금 불리하긴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전세계 언론들도 이제 MLB 월드시리즈에 주목한다. 그 어느 팀이 이겨도 최고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에는 2004년 밤비노 저주를 함께 깼던 엡스타인과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있다. 프랑코나 감독은 엡스타인과 함께 2004년과 200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과연 엡스타인 사장이 다시 한번 MLB에 걸린 저주를 깰 것인지, 아니면 프랑코나 감독이 통산 세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으로 다시 한번 자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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