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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최용수 '노익장', 박세리 '눈물', 양현종 '의리'가 값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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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최용수 '노익장', 박세리 '눈물', 양현종 '의리'가 값진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2.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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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 스포츠스타들의 '가상' 시상식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016년의 끝자락, 이맘때가 되면 한 해 동안 극명했던 ‘빛과 그림자’ 스타를 조명하게 된다.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움은 남는 법이다. 대체로 성적 또는 성과 위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병신년 한 해 국내 스포츠계에서 감동적이면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 이들이다. 이름 하여 스포츠Q의 가상(假像) 시상식이다.

태극전사들이 지난 8월 지구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조국을 위해 각본 없는 명승부를 펼친 것도 대단했지만 한쪽 눈이 실명됐음에도 소아암 어린이들의 기부금을 위해 옥타곤에 오른 김보성 또한 그에 못잖은 진한 감동을 안겼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적주의’에서 벗어나 올해 상을 받아 마땅한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봤다.

▲ 최용수는 13년만의 링 복귀전에서 자신보다 14살이 어린 일본 선수를 제압, 노익장을 과시했다. [사진=한국권투연맹 제공]

◆ '노익장 상' = 44세에 링에 오르다, '투혼의 복서' 최용수

전 세계권투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뒤 2003년 복서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최용수(44)는 복싱 팬들에게 추억의 이름이었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최용수가 현역 복귀를 선언한 건 지난해 2월. 당시 최용수는 “40~50대 중년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직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고 싶다”면서 “침체돼 있는 한국복싱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13년만의 복귀전은 대성공이었다. 지난 4월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자신보다 14살 어린 나카노 가즈야(일본)와 경기를 펼친 최용수는 두 차례 다운을 뺏은 끝에 8라운드 1분 53초 레프리 스톱 TKO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연타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운을 뺏어내면서 승자가 됐다. 아름다운 노익장의 과시였다.

복귀전에서 건재함을 과시한 최용수는 내년 2월 5일 필리핀의 신예 넬슨 티남파이와 세계복싱평의회(WBC) 유라시아(EPBC) 라이트급 실버타이틀매치를 통해 2연승에 도전한다.

◆ '피겨 왕자 상' = 피겨여왕 김연아와 닮아가는 '샛별'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샛별 차준환(15)의 선전은 ‘한국피겨는 김연아만 있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김연아 이후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이달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경기에서 합계 225.55점(쇼트프로그램의 71.85점‧프리스케이팅 153.70점)으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입상한 건 2005~2006시즌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김연아 이후 두각을 나타낸 ‘연아 키즈’들이 주로 여자 싱글 유망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준환의 이 같은 성과는 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경기를 치르며 점프와 착지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잘 다듬는다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피겨왕자 상으로 손색이 없다.

◆ '눈물의 여왕 상' = 제자들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 박세리

1990년대 말, 메이저대회를 휩쓸며 국위선양을 했던 골퍼 박세리(39)는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아직도 1998년 US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우승 샷을 날린 박세리의 모습을 국민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박세리가 옆집 언니, 누나 같은 면모를 보인 대회가 있었으니, 바로 2016 리우 올림픽이었다. 당시 여자 골프대표팀 감독을 맡은 박세리는 태극마크를 달고 이국땅에 온 박인비, 양희영, 김세영, 전인지를 따뜻하게 보살폈다.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 손수 준비한 요리를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일일이 챙겼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뒷바라지를 자처한 것.

후배들을 마치 품안의 자식처럼 대했던 덕일까.

박세리는 116년만의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오히려 선수들이 진정시켜야 할 정도로 굵은 눈물을 그렇게도 쏟아냈다. 현역시절 ‘강철 멘탈’로 유명했던 ‘골프여왕’이 ‘눈물의 여왕’으로 깜짝 변신해 팬들에게 뜨거움을 선사했다.

그린에서 냉철한 승부사인 박세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 '스포츠맨십 상' = 때로는 승자보다 패자가 더 아름답다, 함상명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유일 복싱대표로 출전한 함상명(22)은 장자웨이(중국)에 지며 밴텀급 8강 진출이 좌절된 순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주고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올림픽 출전 자체가 극적이었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들이었다.

가장 큰 올림픽 무대에서 스포츠의 순수함을 일깨워준 함상명에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많은 언론들은 함상명에게 ‘아름다운 패자’라는 수식어를 달아줬다.

함상명은 한 인터뷰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때 장자웨이를 이긴 건 살짝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엇비슷하다고 봤는데, 심판들이 내게 금메달을 안겨줬다”며 “다음 대회에서 만나면 확실하게 이기거나 패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에는 찜찜하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4년 후 도쿄 올림픽 재도전 의사를 밝힌 함상명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선 승자로서 한국복싱의 부활을 알리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 얼마나 스포츠맨다운 기백인가?

▲ 양현종은 이번 FA 계약에서 금액적으로는 손해를 봤지만, 자신을 키워준 KIA 구단에 의리를 지켰다. [사진=스포츠Q DB]

◆ '의리 상' = 고향 팀 KIA타이거즈와 아름다운 동행, 양현종

김광현, 우규민, 차우찬 등 대어급 FA(자유계약선수)들의 행선지가 확정된 상황에서 양현종(28)의 거취는 야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로부터 2억 6억 엔 규모의 영입 조건을 제시받기도 했던 양현종은 결국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 남아 우승에 도전하는 팀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하지만 KIA에 남은 양현종에게 결코 만족스러운 조건은 아니었다. 1년 총액 22억5000만원. 계약금이 7억5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이 해외 진출을 선언했을 때 FA 최형우 영입을 위해 거금을 쓴 KIA의 사정을 받아들이고 다년 계약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계약 조건만 놓고 보면 양현종이 KIA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양현종이 KIA에 남은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나를 KIA와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리그 도전이 아니라면 당연히 KIA에 남을 거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몸담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016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득점지원이 뒤에서 두 번째(4.45)일 정도로 ‘외로운 에이스’였던 양현종. ‘KIA밖에 모르는 야구바보’ 양현종은 돈보다 의리를 택했고 대권에 도전하는 팀에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 번 “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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