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37 (금)
[SQ스페셜] 맨유-파리생제르맹에 부채란? 유럽 빅클럽들이 빚지고 사는 이유
상태바
[SQ스페셜] 맨유-파리생제르맹에 부채란? 유럽 빅클럽들이 빚지고 사는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1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적시장이 미쳤다.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료 신기록 1억500만 유로(1417억 원)는 ‘껌 값’이었다. 파리생제르맹(PSG) 네이마르는 2억2200만 유로(2996억 원)로 포그바 기록을 2배 이상 넘어섰다. 아직 기대주에 불과한 우스망 뎀벨레(바르셀로나)마저 포그바를 뛰어넘었다. ‘이적료 거품’ 시대가 도래했다.

PSG와 맨유, 맨체스터 시티는 올 여름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팀들이었다. PSG는 이번 여름에만 5000억 원 이상 적자를 봤고 맨유와 맨시티 또한 공격적 선수 보강으로 2500억 원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내 돈도 아닌데 어떠랴, 좋은 선수 사오면 장땡이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끝을 모르고 치솟는 이적료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지 ‘오버페이’ 여부에 대해 따지는 축구 팬들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을 떠나서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강하게 파고든다. 유럽 축구 구단들은 대체 이 많은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는 것일까.

유럽 축구 구단들은 대체로 부채에 시달린다. 그러나 모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파산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볼튼 원더러스가 대표적이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전 소속팀이기도 한 볼튼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부채로 괴로워했다. 지난해 초까지 부채가 무려 1억7920만 파운드(2719억 원)에 달했다. 챔피언십(2부) 팀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액수였다. 파산 위기에서 컨소시엄 스포츠 쉴드 그룹에 매각되며 기사회생했다.

◆ 유럽 빅클럽들의 재정건정성 어느 정도일까?

이미 유럽 축구게에 ‘부채 문화’는 만연해 있다. 유럽 현지의 적지 않은 매체들이 해마다 클럽들의 부채 순위를 발표하기도 한다. 구단 운영비와 선수들의 연봉 등으로 인한 지출만 하더라도 감당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더불어 이적료 폭등 사태는 구단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적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단들의 빚은 더욱 부풀어 오른다. 올 여름만 하더라도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게앙) 98개 팀 중 흑자를 낸 구단은 절반이 안 되는 40팀이 조금 넘었다.

▲ 파리생제르맹은 올 여름 2996억 원을 투자해 네이마르를 영입했다. UEFA의 FFP룰이 있지만 이를 교묘히 회피하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사진=파리생제르맹 공식 트위터 캡처]

지난 1월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발표한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축구 클럽 중 가장 많은 빚더미에 올라 있는 구단은 맨유였다. 맨유의 재정 적자는 무려 5억3600만 유로, 한화로 7231억 원에 달한다. PSG는 1억8600만 유로(2509억 원)로 12위에 올랐다.

맨유는 올 여름에도 로멜로 루카쿠, 네마냐 마티치 등을 영입하며 부채를 키웠다. PSG는 올 여름에만 네이마르 등의 영입으로 5000억 이상의 빚을 더했다. 다음 번 발표될 보고서에서 맨유의 뒤를 이을 확률이 매우 크다. 20위 권에도 들지 않았던 맨시티도 올 여름 2500억 이상의 적자로 순위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인테르 밀란(3억600만 유로), AC 밀란(2억4900만 유로), 유벤투스(2억900만 유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억6400만 유로), 리버풀(1억6300만 유로), AS 모나코(1억4800만 유로) 등 명문 클럽들이 차례로 많은 빚을 져야 했다.

세리에A는 1980~1990년대 구단 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선수 영입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다가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이에 UEFA는 구단의 지출이 수익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룰을 제정했지만 올 시즌 PSG는 네이마르를 영입하기 위해 교묘한 편법을 사용했다. UEFA의 규제 또한 유명무실해지는 모양새다.

◆ 왜 투자를 아끼지 않을까?

최고 부채 팀이라는 오명을 수년째 거듭하고 있는 맨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에도 투자는 이어졌다. PSG, AC 밀란에 이어 가장 많은 적자를 냈다. 구단 운영진이 정신이 나갔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지난 7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 10개 팀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축구 팀 중 가장 상단에 자리한 구단은 맨유였다. 맨유의 가치는 36억9000만 달러(4조1789억 원)로 평가받으며 미국 풋볼 팀 댈러스 카우보스(42억 달러),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37억 달러)에 이어 전체 3위에 올랐다.

이 조사는 한 시즌 동안 입장권 수익, TV 중계권료, 광고 수익 등을 통해 구단이 벌어들인 금액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는 비단 맨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르셀로나(36만4000만 달러), 레알 마드리드(35억8000만 달러), 바이에른 뮌헨(27억1000만 달러), 맨시티(20억8000만 달러) 등 유럽 축구계를 대표하는 빅클럽들이 그 뒤를 이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손흥민의 토트넘 핫스퍼(10억6000만 달러) 등 상위 10개 팀 중 절반이 넘는 6팀이 EPL 구단의 차지였다. 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방송 중계권 계약의 영향이다. EPL은 연간 중계권료에서 45억5000만 달러(5조1483억 원)로 독일 분데스리가(15억6800만 달러), 이탈리아 세리에A(12억6400만 달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2억6000만 달러)를 3배 가량 앞질렀다.

이 같이 EPL이 중계권 계약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중계 기술 등의 영향도 있지만 다른 리그에 비해 평준화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정 구단이 정상권을 독점하는 다른 리그와 EPL의 큰 차이다.

예측이 힘든 리그는 더욱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 상위권은 물론이고 하위권 팀들까지도 선수 영입을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선순환을 보인다.

그러나 차이점은 팀 별 중계권 계약에 의한 수익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EPL과 달리 다른 리그들은 그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레알, 바르셀로나, 뮌헨, PSG, 유벤투스와 같은 각 리그 선두권 팀이 꾸준히 선수를 사 모으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선수가 들어올수록 중계권 유치 열기가 뜨거워 지고 이는 대박 계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 수혈은 광고 수익의 증대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 성적에 따른 수익의 편차가 엄청나게 큰 것도 각 팀들이 부채를 감수하고 공격적 투자를 펼치는 또 다른 이유다. 일시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그로 인해 그만큼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BBC는 맨유가 리그 성적 부진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다면 아디다스와 10년간 맺은 7억5000만 파운드(1조1393억 원)의 계약 금액 중 30%를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맨유는 리그에서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 극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해 수익 감소를 줄일 수 있었다.

빅클럽들의 투자 과열 현상 속에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중상위 혹은 하위권 팀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더해지고 있다. 그만한 수익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UEFA는 이러한 구단 간 편차를 줄이고 과열되는 투자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빅클럽들의 투자 과열을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