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07 (금)
[Q리뷰] '변산', '잊고 싶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 그렇게 청춘은 성장한다
상태바
[Q리뷰] '변산', '잊고 싶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 그렇게 청춘은 성장한다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8.07.22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P&DOWN
UP

- '잊고 싶은 과거'를 마주보게 된 인물들의 성장
- 박정민의 래퍼 변신, 귀가 즐거운 OST

DOWN
-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 결말…"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 입체적 매력 주연배우, 하지만 조연 배우들은…

[스포츠Q(큐) 강한결 기자]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과거'가 있다. 정면으로 마주하기는 부담스럽고, 잊으려 노력하지만 마음 속 깊히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기억. 영화 '변산'은 우리에게 꺼내고 싶지 않던 과거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변산'의 등장인물들은 '잊고 싶은 과거'를 받아들임으로써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이준익 감독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영화 '변산'은 역사 속 인물을 내세웠던 전작 '동주' '박열'과 다르게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변산' 속 학수(박정민 분)의 청춘은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가 보여줬던 미완의 청춘, 박열로 대변되는 불덩이 같은 뜨거웠던 청춘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변산'의 인물들은 '잊고 싶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으로 묘사된다.

 

영화 '변산' 박정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잊고 싶은 과거'는 학수가 고향을 등지게 된 계기가 됐다. 학수를 포함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과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과거 행동으로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고 했고, 이들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학수는 불편한 과거와 맞닥뜨리게 된다.

아버지(장항선 분)가 위독하다는 선미(김고은 분)의 전화를 받고 학수는 어쩔 수 없이 고향 부안으로 내려간다. 학수에게 고향은 부정하고 싶은 존재다. 고향을 묻는 쇼미더머니 심사위원의 질문에 학수는 망설임 없이 "고향은 서울인데요"라고 답한다.

고향에 돌아온 학수는 보고 싶지 않던 인물들과 조우하게 된다. 아버지를 비롯해 자신의 시를 훔쳐 등단한 원준(김준한 분), 첫사랑 미경(신현빈 분), 어린시절 학수에게 당했던 괴롭힘을 갚아주려는 용대(고준 분)까지 이들은 학수의 '잊고 싶은 과거'를 떠오르게 만든다.

하지만 학수가 '잊고 싶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인물도 있다. 선미는 학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아버지와의 화해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 '변산' 김고은 박정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변산 속 등장인물들은 용서와 이해를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잊고 싶은 과거'를 극복한 주인공 학수는 OST '노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아버지를 용서한 학수는 랩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변산'의 노을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고등학생 학수는 홀로 어머니 무덤에 앉아 그리움을 삭혀야 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학수는 같은 자리에 앉아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거둬들인다. 학수를 통해 '노을마니아'로 거듭난 선미 역시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첫사랑의 완성'이라는 자신의 징크스를 극복한다.

'변산'의 노을은 학수의 노스탤지어(Nostalgia)를 자아내는 요소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노스탤지어는 1688년 오스트리아의 의학도 요하네스 호퍼가 산 속에 주둔한 스위스 용병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다. 학수에게 노을의 존재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존재다.

이준익 감독은 힙합을 매체로 학수가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학수는 갈등의 순간에 랩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전한다. 인물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순간 흘러나오는 학수의 랩은 영화의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박정민은 래퍼 얀키의 도움으로 작곡 과정에 참여했고, 1년여 시간 동안 랩 연습에 몰두했다. 박정민의 노력이 가미된 랩은 학수의 심정을 대변했다.

 

영화 '변산'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하지만 영화의 결말부에서 모든 등장인물의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수와 용대는 마지막 갯벌 결투를 통해 해묵은 악연을 정리한다. 두 사람의 결투 소식을 듣고 학수의 고향 친구들은 전부 갯벌로 모인다. 학수와 용대가 화해한 후, 친구들은 화목한 동창회를 가진다.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인 결말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됐다.

또한 중심 인물의 캐릭터가 입체적 변화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는 단순히 소모되는데 그쳤다. 영화 전반부에 학수를 포함한 중심인물들은 자신의 과거를 회피하지만, 이들은 '잊고 싶던 과거'를 마주하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학수의 시를 훔쳐 등단한 원준은 용대에게 폭행당한 이후 자취를 감춰서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원준은 학수를 향한 열등감을 드러낸다.  지역 신문기자로 활동중인 원준은 용대를 시켜 학수를 괴롭힌다. 하지만 원준은 용대에게 도를 넘는 행동으로 폭행당한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중요인물처럼 보였던 원준의 갑작스러운 퇴장으로 그와 학수의 갈등은 미궁 속에 빠졌다.

중견배우 정규수가 연기한 선미의 아버지 역시 웃음 포인트를 위한 캐릭터에 그쳤다. 선미 부는 학수 부자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질 때 선미 부의 촌철살인 한마디는 관객에게 웃음을 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선미 부의 역할은 스토리 진행에 큰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준익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준익 감독은 "값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라는 선미의 대사로 청춘을 향한 당부를 전한다.

'변산'은 지난 4일 개봉했다. 개봉 19일째를 맞은 '변산',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편에 담긴 이준익 감독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고 있을까?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