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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박건우·김재호 등 부진+김재환 부상+집중력부족, 두산베어스 '불운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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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박건우·김재호 등 부진+김재환 부상+집중력부족, 두산베어스 '불운의 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1.1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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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계획대로 안 풀렸다기보다는 안 되려고 하면 모든 부분에서 다 안 된다.”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은 2연속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숙인 뒤 못내 아쉬운 표정과 함께 이렇게 촌평했다.

시리즈에 돌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자 계획대로 흘러가는 걸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였다.

 

▲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운데)가 12일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회말 병살타를 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에 연장 13회 승부 끝에 4-5로 졌다.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후 만난 김태형 감독은 “따로 크게 한 말이 없다”며 “시즌 중 잘 했는데 마지막 결과가 좋지 았지만 선수들에게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팬들께도 고맙고 죄송스럽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선수들은 내년에도 시즌을 치러야하니 너무 질책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면 거짓말이다. 팀 타율 0.309로 유일한 3할 이상 팀이었던 두산이지만 너무 오랜 휴식이 독이 된 탓인지 부진한 타자들이 많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7명이나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이 중 박건우와 김재호, 오재원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0.042(24타수 1안타), 0.167(24타수 4안타), 0.227(22타수 5안타)로 부진했다. 시즌 중 27홈런 80타점을 올린 오재일도 0.125(16타수 2안타)로 침묵했다.

 

▲ 6차전 패배 이후 유희관(왼쪽)과 김재환이 홈 관중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타선은 저쪽이나 우리나 상황이 마찬가지였다”며 “예기치 않은 실책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정규시즌 최소 실책팀 두산이지만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7개나 범했다. 오히려 최다실책 2위 SK가 4개로 더 적었다.

타격이 부진해도 수비력만으로 믿고 맡기는 오재원(2개)과 김재호(1개)에게서 실책이 나온 것도 뼈아팠다. 더불어 오재원은 도루자와 주루사를 하나씩, 김재호는 도루자 하나를 기록하며 유독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듯한 면모를 보였다.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 변수도 컸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44홈런 133타점으로 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김재환이 3차전을 앞두고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뼈아팠다. 2차전까지 8타수 4안타로 무서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었기에 타선이 부진할 때마다 그의 이름이 언급될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선 오른손 파이어볼러 김강률의 공백이 뼈아팠다. 함덕주를 제외하고는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두산은 SK 불펜진에 무게감에서 밀려 어려운 경기를 이어가야만 했고 6차전에서도 불펜으로 나선 유희관이 결국 13회초 한동민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시리즈를 마감해야 했다.

 

▲ 2회말 박건우가 번트를 실패하는 장면. 두산은 이번 시리즈 매우 낮은 번트 성공률을 보였다.

 

잦은 병살타도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은 6경기에서 무려 7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6차전에서도 두 차례 병살타가 나왔는데 특히 6회말 3점을 내며 3-3 동점을 이룬 뒤 1사 1루에서 나온 박건우의 병살타는 더 달아날 수 있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타가 됐다.

이는 작전 야구의 실패에서 기인된 것이기도 하다. 두산은 번트를 5차례 시도했지만 단 1차례만 성공시켰다. 이날도 2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박건우의 번트 타구가 높이 솟아오르며 1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허무하게 기회를 놓쳤다.

이처럼 번트가 자꾸 실패로 돌아가자 타자들의 타격을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정작 힘 있는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병살타만 양산하는 꼴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실패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지만 늘 똑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안 됐을 때 그걸 보완하려고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다”고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엔 플레이오프를 거쳐 도전자의 입장으로 나선 한국시리즈였다고 하지만 올 시즌엔 2위 SK와 무려 14.5경기 차로 조기에 우승을 확정짓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실패를 맛봤다.

그럼에도 두산은 내년 시즌 또다시 모두가 손꼽는 우승후보 중 하나일 것이다. 3연속 실패로 고개숙이지 않기 위해선 비시즌 기간 더욱 철저히 분석해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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