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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축구 '대부' 차범근이 보는 이강인과 기성용, 세대교체 속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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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축구 '대부' 차범근이 보는 이강인과 기성용, 세대교체 속도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2.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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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린 선수 발탁을 주저하는 것은 우리 축구가 빨리 가는 것을 저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대부’ 차범근(76)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18·발렌시아)의 대표팀 발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만난 차 전 감독은 “이강인이 어렸을 때 KBS가 주관한 대회에서 차범근 축구교실과 붙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백 번 기회를 주고 잠재력을 끌어내게 되면 튀어 오르는 속도는 막을 수가 없다. 손흥민도 그랬다”며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본인의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 차범근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13일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차범근 전 감독은 “선배들에게 받았던 질책과 교훈, 사랑이 화살처럼 다가와 가슴에 박혔다. 내가 잘해서 나를 뽑은 게 아니다. 장래성을 보고 뽑아야 한다. (대표팀 발탁 이후) 3개월 만에 결승골까지 넣으면서 자신감을 얻으니 그게 내 실력이 됐다”며 대표팀 데뷔 당시를 돌아봤다.

차 전 감독은 1972년 만 18세의 나이로 성인 대표팀에 데뷔했다. A매치 3번째 경기였던 쿠웨이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은 차 전 감독의 실수로 골을 헌납, 1-2로 졌다. 차 감독은 “경기가 끝났을 때 선배들 중 한 분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셨다. '범근이 축구 다시 배워'란 말을 잊을 수가 없다. 3개월 후 선배들이 어려워 주눅이 든 나에게 이회택 선배가 해주신 ‘범근아 배짱껏 해'라는 말도 기억난다. 선배들이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차범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 136경기. 한국 축구 사상 가장 많은 A매치를 치른 레전드 차범근도 10대 시절 대표팀에 발탁돼 실수도 하고 꾸지람도 들으면서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요지다.

 

▲ 18세 이강인(왼쪽)은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에서 1군 정식 계약하며 팀 최고 유망주로 꼽힌다. [사진=펜타프레스/연합뉴스]

 

“유럽에선 18~19세 때 바로 프로로 데뷔한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다. 우리 때는 고정관념이 있어 한 번 대표팀에 들어가면 은퇴하거나 다쳐야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던 때였다. 우리가 좀 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감을 갖게 하고 본인에 대한 신뢰와 확신, 믿음을 갖게 한다. 슬럼프 때도 그 상이 잘할 수 있다는 보증이 돼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이 상을 만들기도 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끝으로 미드필더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자연스레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이강인, 백승호(지로나) 등 다음 세대로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차 전 감독은 “기성용과 구자철은 한국과 유럽의 축구 문화를 모두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앞으로 지도자들이 한국의 고정관념으로 더 어린 연령대를 지도하려면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전환기에 나온 선수들은 한국에서 자라났던 감각과 유럽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가교 역할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 축구가 이 과도기를 지나갈 수 있게끔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서른은 노장이 아니다. 유럽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은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런 친구들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 기성용(등번호 24)은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스포츠Q DB]

 

이는 파울루 벤투 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과 맥락을 같이한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헌신한 기성용과 구자철의 몸 상태는 더 이상 클럽과 대표팀을 병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시사했지만 벤투 감독은 그들의 경험은 아시안컵과 그 이후까지 대표팀에 필요한 것이라며 은퇴를 만류했었다.

최근 벤투 감독이 이강인과 백승호 등 스페인에서 1군에 데뷔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기량을 현지에서 점검했다. 다음 월드컵 준비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내달 있을 볼리비아-콜롬비아 축구 국가대표 평가 2연전에 이강인과 백승호가 발탁돼 기회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군 정식 계약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이미 세계 최고 레벨에서 1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자원이다. 3년 뒤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발탁을 꺼려서는 안 된다는 게 한국 축구 대부 차범근 전 감독의 생각이다. 더불어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로부터 경험을 전수받을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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