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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된 유희관-양의지-김현수, 두산베어스와 '탈곰파'의 유쾌한 신경전 [2019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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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된 유희관-양의지-김현수, 두산베어스와 '탈곰파'의 유쾌한 신경전 [2019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3.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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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김현수는 LG 트윈스 주장, 양의지는 NC 다이노스 최고의 믿을맨이 됐다. 한용덕 감독은 한화 이글스를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려놨고 이강철 감독은 만년 하위권에 맴돌던 KT 위즈의 돌풍을 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두산 베어스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여있다. 두산에서 이뤄낸 성취를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는 23일 개막할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를 앞두고 2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두산 김태형 감독, 대표 선수들과 두산을 떠난 이들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 두산 베어스 유희관(왼쪽)과 팀을 떠난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덕담과 함께 농담 섞인 설전을 벌였다.

 

김현수와 양의지는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었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활약하며 ‘타격기계’라는 별명을 얻었고 양의지의 수식어는 ‘두산의 안방마님’이 됐다. 두산에서 이러한 활약으로 이들은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4회나 수상했고 국가대표 단골손님이 됐다.

올해 팀을 떠난 양의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리그 최고 포수를 잃은 두산의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와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유희관은 “이 자리를 빌려 의지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다. 의지 때문에 선발을 했고 좋은 투구를 펼쳤다”고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과거 청백전 할 때 의지한테 엄청 약했다. 홈런을 맞을 바에는 몸에 맞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양의지는 “유희관이 맞히려고 하면 손으로 잡을 것 같다”고 느린공의 대명사 유희관을 놀리면서도 “희관이 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하고 싶다.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드는데 두산 투수들한테 고맙다. 상대로 만난다면 희관이 형이 워낙 강속구 투수다 보니까 공략을 잘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유턴한 김현수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웃집’ LG로 향했고 양의지도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NC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두산으로서도 이들의 잔류를 원했지만 너무도 커버린 이들을 붙잡기엔 자금적 여유가 부족했다.

 

▲ LG 트윈스 김현수는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 강했음에도 1승 15패에 시달린 올해는 16전 전승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두산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은 복잡 미묘했다. 김현수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 타율 0.381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럼에도 웃을 수 없었다. 팀 성적은 본인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가을야구에 밥 먹듯이 진출했던 두산과 달리 LG에선 8위로 쓴맛을 봤고 특히 두산전 15연패를 당하다 마지막에 간신히 1승을 챙기며 전패를 면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주장 완장을 단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외쳤다. 양의지가 NC로 떠나 자신감이 있다는 것. 유희관이 과거에 비해 힘이 빠져고 그를 상대로 강했다는 것이 자신감의 비결이었다. 올해 목표는 16전 전승이라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좋은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나와 ‘화수분 야구’라 불리는 두산은 선수만을 잘 길러내는 게 아니다. 코치로 활약했던 한용덕 한화 감독은 지난해 돌풍의 주인공이 됐고 지난해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이강철 KT 감독도 올해부턴 적장이 됐다.

 

▲ 이강철 KT 위즈 신임 감독(가운데)은 친정팀 두산 베어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 감독을 향해 “김현수와 양의지는 물론이고 한용덕, 이강철 감독 함께 생활했던 네 분이 계시는데 다른 말보다 고마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감사 표시를 했다.

그러나 “한용덕, 이강철 감독님은 가실 분이었는데 잘 쓰고 도움을 받았고 의지와 현수도 그렇고 잘 하길 바라지만 우리 팀이랑 할 때는 그러면 안 된다”며 말끝을 흐리더니 “이 정도로만 하겠다”고 무언의 압박을 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그 전에 염경엽, 김태형 감독님을 모셨고 그 자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도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경기는 경기니까 만나도 다른 생각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 때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하는 것을 보는 두산 선수들과 팬들의 속은 쓰릴 수 있다. 하지만 적이 돼 만난 옛 동료들의 라이벌 관계는 프로야구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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