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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 장나라와 권율 연애에 뒤늦게 후회하는 정경호, "잔망스러운 것"이 보여주는 '소나기'의 그림자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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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 장나라와 권율 연애에 뒤늦게 후회하는 정경호, "잔망스러운 것"이 보여주는 '소나기'의 그림자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29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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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누구나 내 것일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한 물건이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가 처한 작금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28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 4회에서는 한미모(장나라 분)와 구해준(권율 분)이 연애를 시작하고, 그제서야 송수혁(정경호 분)이 한미모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으며 땅을 치고 후회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장나라와 정경호는 24년 전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같이 연기한 남다른 인연의 소유자.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누가 봐도 인연보다는 악연에 가까웠다. '로미오'를 연기한 정경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인 죽은 줄리엣에게 키스하는 장면에서 설사가 나 무대를 뛰쳐 나갔고, 그로 인해 장나라는 키스 공포증까지 생겼다니 말이다. 물론 장나라도 장나라대로 체육 수업시간에 정경호의 체육복 바지를 벗겨서 정경호에게 지금도 벨트가 없으면 바지를 못 입는 공포증을 안겨줬고 말이다.

▲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사진 =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

24년 만에 성사된 장나라와 정경호의 리턴매치 역시 화려했다. 정경호는 파파라치 기자로, 장나라는 남자친구를 하필이면 엔젤스 시절 라이벌인 구슬아(산다라박 분)에게 뺏기는 처절한 모습으로 재회했고 심지어 그날 저녁에는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다 분위기에 휩쓸려 혼인신고를 하러 달려가며 자칫 부부가 될 뻔하는 사고를 저지른다.

다행히(?) 장나라와 정경호의 취중 혼인신고는 정경호의 증인으로 달려온 구해준(권율 분)의 기지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장나라가 권율에게 첫눈에 반해버리며 일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세 썸은 싫다"며 장나라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권율은 알고보니 엔젤스 시절부터 장나라의 광팬이었고, 정경호가 장나라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냉큼 장나라에게 고백해 사귀기 시작한 것.

게다가 더욱 최악은 권율이 정경호가 장나라에게 마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고백을 한 순간, 뒤늦게 정경호의 마음에 장나라가 훅 치고 들어온 것이다. 잘하면 어린시절 아련한 첫사랑이기도 했던 장나라와 외로운 이혼녀와 아내를 사별한 외로운 남자끼리 무난하고 순탄하게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그 놈의 술이 웬수라고 정경호는 그렇게 장나라와의 관계를 시작할 기회를 제 발로 뻥 차버린 것이다. 하긴 그렇게 혼인신고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했다면 애초에 드라마가 성립될 수 없었으니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정석이라면 정석이고 말이다.

장나라가 권율과 사귀기로 결심하고 나서 정경호는 뒤늦게 장나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너무나 어린 나이에 결혼해 일찍 아내를 여의고 10년 넘게 솔로로 지내온 정경호에게 다른 남자에게 이미 시선이 돌아간 장나라를 붙잡을 능숙한 솜씨가 있을 리 없다. 결국 정경호는 장나라에게 괜히 신경질을 부려가며 자신의 배배꼬인 심사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장나라를 향한 마음은 애틋하나 정경호의 행동은 초등학생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때의 그 모습에서 전혀 나아진 게 없던 것이다.

장나라와 권율의 관계에 대한 정경호의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 된다. 장나라가 권율을 위해 구절판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는 "뭐냐 안 어울리게"라며 신경질을 부리고, 정작 자기를 바라보는 회사 후배 정아니(이채은 분)의 진심어린 고백에는 "네가 들어올 틈 분명히 있어. 근데 그 작은 틈 하나 때문에 너한테 희망고문하고 싶지 않아. 언젠가 틈 이상을 내어줄 여자를 만나면 널 떠날 테니까"라며 단호하게 대응한다. 이미 그의 마음 틈에는 장나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경호의 이런 마음은 예상보다 빠르게 장나라에게 전해진다. 정경호는 1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납골당에 갔다가 술에 취해 돌아와 집앞 복도에 쓰러져 있고, 집에 들어오다 그 모습을 본 장나라가 일으켜세우자 "문란붕어"라고 말하며 "너 문란해. 어제는 남자1이랑 뽀뽀하고, 오늘은 남자2랑 포옹하고 문란해"라며 권율에게 냉큼 달려간 장나라를 바라보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이어 정경호는 자신을 일으켜세우려다 넘어진 장나라의 얼굴을 붙잡고는 "널 보면 자꾸 화가 나. 13년 간 날 화나게 한 여자는 없었어. 근데 넌 날 자꾸 화나게 해"라며 "잔망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장나라에게 키스를 하려는 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사진 =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

"잔망스러운 것"이라는 정경호의 마지막 대사는 바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문장이기도 하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병을 치료하러 시골에 내려온 윤초시네 증손녀는 시골 소년에게 돌을 던지고 자신을 업어달라고 하는 등 관심을 보이지만, 소년은 소녀를 불편하고 귀찮게 여긴다. 하지만 소녀가 죽으면서 자신이 소년과 소나기를 맞은 날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말하고 소년은 잠결에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소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가 장나라에게 보여주는 작금의 심경이 바로 '소나기'에서 소년의 그 심경과 매우 유사하다. 소녀가 죽은 뒤에야 그 소녀가 자신을 좋아했고 자신도 그 소녀를 좋아했음을 깨닫는 소년처럼, 정경호는 장나라가 자신의 곁을 떠나 자신의 친구에게 간 다음에야 자신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런 정경호의 마음은 '소나기'의 명대사인 "잔망스러운 것"을 통해 입밖으로 툭 튀어나온다.

과연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와 장나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전이 될까? 일반적인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관점에서라면 당연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엮어지는 것이 정석이니 정경호와 장나라가 온갖 상황을 극복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은 이 상황에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끄집어낸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정경호와 장나라가 해피엔딩을 '한번 더' 맞으며 끝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소나기'의 그림자가 혹시라도 정경호와 장나라를 연결하지 않는 놀라운 결말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가능하게 만든다. 하긴 이미 '한번 더 해피엔딩'은 시작부터 이혼녀와 아내를 사별한 남자라는 로맨틱코미디에서 보기 드문 기묘한 조합에 취중 혼인신고까지 선보였으니 충분히 저런 발칙한 역전극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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