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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기억의 밤' 장항준, 새로운 도전 시작한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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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기억의 밤' 장항준, 새로운 도전 시작한 '선장'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12.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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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Tip!] 장항준 감독이 충무로로 돌아왔다. 물론, 충무로를 떠나 있었던 적은 없지만 자신의 연출작을 선보인 것은 무려 9년 만이다. 코미디 혹은 블랙코미디 등의 장르를 통해 유쾌한 힘을 보여줬던 장항준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장르를 선택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영화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이 40대의 끝자락에서 보여준 새로운 도전의 완성본이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2002년 ‘라이터를 켜라’를 발표하며 데뷔한 장항준은 천재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뛰어난 시나리오를 만들어냈고, 연출력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장항준의 작품을 볼 수는 없었다.

 

장항준 감독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9년의 공백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장항준 감독은 여러 영화의 각색이나 카메오로 참여했고, 드라마를 찍었다. 연극과 관련된 일들도 했고, ‘무한도전’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긴 시간 동안 방황 아닌 방황을 해야 했던 장항준 감독은 “그래도 두렵지 않았어요. 다시 영화 하니까 정말 좋은데요”라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장항준 감독을 만났다. 영화 ‘기억의 밤’이 개봉한지 3일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보여 줬던 것처럼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 장항준 감독은 “항상 그런 것 같아요. 개봉을 하면, 내 손을 완전히 떠나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늘 아쉬운 부분들이 있죠”라며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 미스터리 스릴러 ‘기억의 밤’, “지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

영화 ‘기억의 밤’의 장르는 스릴러다. 그동안 장항준 감독이 보여줬던 작품들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 많은 이들이 장항준 감독의 선택에 놀랐던 것도 그가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대해 당사자는 담담한 모습으로 이유를 밝혔다.

“요즘에는 그냥 코미디를 보는 건 좋은데 만들고 싶은 욕구는 안 들던데요? 젊을 때 할 수 있는 게 있고,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스릴러나 정극이라 불리는 것들은 나이 들면 자꾸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산다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잖아요. 심연에 있는 게 궁금했던 것 같아요.”

 

장항준 감독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릴러 장르에 첫 도전한 장항준 감독은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소품들과 인물들은 극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장항준 감독은 치밀한 연출을 위해 초고를 완성하는데 약 1년의 시간을 투자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에 꼼꼼하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런 꼼꼼한 준비는 ‘기억의 밤’ 곳곳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실제로 ‘기억의 밤’을 보고 나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라기에는 꽤나 친절한 면모가 돋보이기도 한다.

“제가 성격이 좀 그래요. 누가 길을 물으면 가서 보여주거나, 약도를 그려줘야 하는 스타일인 거예요. 영화 개봉하고 그 친절함에 대해 알았어요. 자긴 몰라요. 남들이 아는 거죠. 그래도 그냥 보면 안 보이는 것들도 많아요. 사건이 몰아치면 눈에 안 들어오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거 찾으시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봐요.”

영화 ‘기억의 밤’의 전개 과정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를 깨고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적 기법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감독 장항준의 ‘중심잡기’가 가장 중요해 보였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장르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아리송한 건 나에게만 필요한 것인지, 관객들도 필요한 것인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거든요. 특히 ‘기억의 밤’은 의문이 계속 쌓이는 상태니까 이 사람이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누굴 만났고 이런 것들이 설명이 안 되면 안 되겠더라고요. 개봉 전에 ‘범인은 엄마야’라고 추측하는 댓글을 봤는데 사실 우리 영화가 그렇게 한 줄로 표현되지 않잖아요. 중심을 잡는 게 중요했고, 그래서 배우들 감정선이 더 섬세하고 치밀해야 했어요.”

◆ “김무열과 강하늘, 노력파와 낙천주의자”

 

장항준 감독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기억의 밤’은 배우 김무열(유석 역), 강하늘(진석 역)이 열연한다. 김무열과 강하늘은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는 형제 역할을 연기했다. 김무열과 강하늘은 스크린 안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강하늘의 경우 한층 더 깊어진 감정 연기를 해내고, 김무열은 시시각각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옷을 갈아입는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기억의 밤’ 출연을 확정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하늘의 경우에는 장항준 감독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출연을 확정했고, 김무열 역시 첫 미팅에서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무열과 강하늘이라는 뛰어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성공한 장항준은 두 사람을 어떻게 봤을까.

“(강)하늘이는 세상 편한 낙천주의자 같아요. 세상을 그냥 편안하게 봐요. 욕심이 없거든요. 60년대 미국 히피들이 가진 건 없어도 행복해 보이잖아요. 하늘이도 그들처럼 소유할 의지도 없고, 소유한 것도 없는데 행복해 보여요. 보통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 누가 다가올 때 ‘이 사람이 나한테 도움이 되나?’를 한 번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하늘이는 그냥 사람이면 다 좋아요. 힘을 빼고 사니까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무열이는 피지컬이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무대에 섰을 때 그래서 더 멋지죠. 또 연기에 대해 진지하고 매사에 성실해요. 그건 정말 부러울 정도죠. 또 엄청난 노력파예요. 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얘는 정말 저평가된 배우다, 내 생각보다 더.’ 이 작품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 영화감독은 ‘선장’ 같은 것

 

장항준 감독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강하늘이 영화 ‘기억의 밤’ 개봉 전 군입대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자연스럽게 홍보 일정은 김무열과 장항준 감독의 몫이 됐다. 장항준 감독은 강하늘을 향해 “이 자식이 군대를 갔다”며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리면서도 “라디오가 제일 편하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9년 만에 돌아 온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항준 감독이 장르적으로 도전한 작품이자 작품 외적으로도 다양한 활동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기억의 밤’이 특별할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가 전할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장항준 감독은 “이미 써 놓은 것도 있고, 아이템도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다시 한 번 긴장감 넘치는 작품을 선보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항준은 9년여 동안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고, 드라마 연극 등 또 다른 장르에 도전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장항준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지우지 않았다. 장항준 감독 역시 “영화 만드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을 본 적이 없다”며 영화작업을 향한 애정을 보였다.

“누가 영화감독이 직업적으로 마음에 드는지 물어봐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세계 최고의 직업이죠. 대통령, 재벌 하라고 해도 영화감독하고 싶어요. 물론 이 직업의 단점은 ‘비정규직의 끝판왕’이라는 거? 또 공백이 짧으면 3~4년, 길면 저처럼 9년, 혹은 그 이상이라는 점이죠. 그래서 저는 영화감독은 ‘선장’ 같다고 말해요. 맨날 항구 술집에 취해 있고, 배도 안 타지만 언젠가 배 타고 나갈 것 같은 사람, 술 취해서 무용담 늘어놓는 사람이 영화감독 같아요.”

[취재후기] 장항준 감독과 인터뷰를 하며 ‘기억의 밤’ 속에 숨겨져 있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러나 앞서 진행했던 김무열 배우 인터뷰처럼 이 역시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전하지 못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들 대신, ‘기억의 밤’으로 2017년 한 해를 꽉 채웠던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40대의 마지막 해였어요. 정말, 정말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은 한 해를 보냈 거든요. 영화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신나고 젊어지는 것 같아요. ‘아, 너무 행복하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 별로 없는데 정말 행복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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