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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축됐던 박정권-한동민, 난세에 나타난 SK와이번스 '영웅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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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축됐던 박정권-한동민, 난세에 나타난 SK와이번스 '영웅본색'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1.0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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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난세영웅. 영웅은 팀이 어려울 때 나타나는 법이었다. SK 와이번스 한동민(29)과 박정권(37)이 그랬다. 모두가 두산 베어스의 우세를 점쳤지만 비상한 비룡 둘은 강력한 대포 두 방으로 팀에 언더독 우승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한동민과 박정권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2018 신한은행 KBO리그(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각각 1회 선제 투런, 6회 역전 2점 홈런을 날리며 팀에 7-3 승리를 안겼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나선 한국시리즈지만 이들의 활약 속에 SK는 우승 가능성 73.5%을 가져갔다.

 

▲ 4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 6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린 SK 와이번스 박정권(오른쪽)이 2루 주자였던 한동민과 함께 홈을 밟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가을의 다른 이름 정권, 힐만의 신뢰에 답했다

영웅으로 등극하기까지 힘겨운 시간이 있었다. ‘가을정권’이라 불렸던 박정권이지만 올 시즌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야 했다. 올 시즌은 대부분 퓨처스리그(2군)에서 보냈다. 극심한 타고투저인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296(135타수 40안타)로 압도적이진 못했다. 시즌 막판 1군에 콜업되는 등 14경기를 치렀지만 타율은 0.172(29타수 5안타)에 불과했다.

그러나 힐만 감독도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 0.308(169타수 52안타) 10홈런 36타점의 ‘가을 DNA’를 무시할 순 없었다. 엔트리에 박정권을 합류시켰고 그는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그를 투입시켰고 결승 홈런으로 믿음에 부응했다.

‘역시 박정권’이라는 찬사가 잇따랐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후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박정권은 “속으로는 이거 하나 치고 그대로 끝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조금 편하게 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보니 그래도 경험이 쌓였는지 조금 내려놓게 되고 편안해졌다. (김)강민이도 마찬가지지만 (한)동민이가 끝내기를 쳐서 기분이 좋아 잊어버렸고 한국시리즈라 리셋되니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들어 힐만 감독은 다시 박정권에게 기회를 줬다. 박정권은 SK 왕조 시절 두산 선봉에 중심에 섰던 스타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선 타율 0.333으로, 2009년 PO에선 0.476의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역스윕을 이끌었다. 이날도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맞은 6회초 1사 2루에서 타석에 섰고 린드블럼이 던진 몸쪽 144㎞ 속구에 강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역전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 박정권(오른쪽)이 린드블럼에게 결승 투런포를 쳐낸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을 하며 웃고 있다.

 

“중요할 때 홈런이 나와 기분이 좋다. 힘들게 PO를 거쳤는데 1차전 이겨놓고 시작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어본 몇 안 되는 SK 왕조의 유산이다. “책임감도 있고 일단 경험이 젤 많지만 나이만 많다고 고참이 될 수 없다”며 “야구장에서 ‘뭐라도 좀 더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욕심부리면 안 돼’라는 생각이 겹쳐 스스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 ‘가을초보’ 한동민, 적응은 끝 이젠 ‘가을 선봉장’

박정권과 달리 한동민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고 타율 0.284에 41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홈런은 선두와 3개 차 5위, 타점도 6위에 이름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거포로 거듭났다.

첫 가을야구를 맞은 그에게 시작은 쉽지 않았다. PO 첫 3경기에서 13타수 1안타로 타율 0.076, ‘7푼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러나 4차전 홈런포를 가동하며 감각을 조율했고 팀이 시리즈 역스윕을 눈앞에 둔 5차전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처음 겪어보는 큰 무대의 압박감에 더해 방망이도 잘 맞지 않자 당황했다. “올 시즌 가을야구가 처음인데 PO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결과가 안 나오니 위축됐고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 한동민(오른쪽)은 1회초부터 투런포를 날리며 팀의 타선을 깨웠다.

 

이 때문일까. 5차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의 말을 그대로 차용하자면 포효하며 ‘미친 망아지’처럼 뛰어 다녔다.

그러나 적응은 이미 끝냈다. 한동민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번 타자로 나서 1회초 무사 1루에서 린드블럼이 실전에 적응하기도 전에 강력한 선제 대포를 날렸다. 그는 “한국시리즈 와서는 긴장이 별로 안됐다. 선배님들도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라고, 나중에 후회 말고 겸허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실천에 옮기려 했다”고 했다.

시작이 좋다. 한동민은 “너무 힘들게 5차전까지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왔는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며 “정권이 형이 한 방을 날려 기분 배로 좋다”고 동료애를 보였다.

베테랑 박정권은 “PO를 거치고 오면 체력적으로 마이너스가 되고 기다린 팀은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반면 경기 감각 부족이 단점이 된다. 결국 그 싸움이었던 것 같다”며 “1위로 올라가 기다려보기도 했는데 두산도 경험 많은 친구들 여럿 있지만 타이트한 경기를 꽤 오랫동안 안해 경기 감각에서 아무래도 떨어져 있을 것이다. 힘에서 부치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기를 거듭하며 두산은 점점 경기 감각을 찾게 될 터지만 SK의 체력은 점점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1차전 승리가 더욱 값지다. 박정권과 한동민의 활약은 SK가 체력적 열세에 있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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