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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박항서-홍명보, 16년 우정이 만든 자선축구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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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박항서-홍명보, 16년 우정이 만든 자선축구 명장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2.23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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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동=스포츠Q(큐) 글·사진 김의겸 기자] “베트남 축구협회에 ‘꼭 다녀와야겠다’며 허락을 받고 왔다.”

박항서(59)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22일 열린 쉐어 더 드림(Share The Dream) 2018 자선축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 같은 날 저녁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흔쾌히 한국행을 택했다.

베트남이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이후 지난 20일 소집돼 아시안컵에 대비에 돌입했음에도 박 감독은 2002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의리를 보여줬다.

 

▲ 박항서 베트남 감독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2002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이 모두 모였다.

 

박항서 감독은 “홍명보 전무 전화를 받았다. 2003년부터 자선경기를 펼치고 있고 나도 매년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경기장을 방문하고 마음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우리 축구인들에게는 1년 중 의미 있는 이벤트라 생각한다. 직접 개최하지는 못했지만 후배가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16년간 이어온 행사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한다고 했으면 이번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올해 끝이라는 얘기를 듣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더 끌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축구협회에 설명을 하고 '꼭 다녀와야겠다'고 허락을 받고 왔다. 내가 참여한다고 빛이 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2019 아시안컵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홍명보 자선축구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귀국했다.

 

박항서 감독에게도 2002 한일 월드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한국 축구의 전환점이었던 4강 신화의 현장에 있었던 박 감독이다. “나뿐만 아니라 2002년을 생각하거나 같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면 웃음이 나고 즐거울 것이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많은 국민들로부터 큰 격려와 사랑을 받았다는 것, 광화문에서 펼쳐진 거리 응원과 붉은 물결들이 떠오르기도 한다”며 ‘남다른 추억’이라고 했다.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감독은 이제 베트남의 히딩크 이른바 ‘쌀딩크’가 됐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16년 전 경험했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박 감독에게는 월드컵에서의 성공으로 인해 촉발된 이 행사가 막을 내리는 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홍명보 전무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박항서 감독은 “이제 2002 멤버들도 40대, 50대에 들어서니까 내 말에 권위가 안선다”며 웃었다. “오늘 약속 없는 사람들은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일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서 압박을 가하고자 한다. 빨리 능력 있는 후배들이 좋은 자리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 홍명보 전무는 의리로 자선축구 마지막 경기에 함께해준 박항서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박항서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며칠 있으면 경기도 하고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기간에 이렇게 와주셨다. 2003년에 2002 멤버들과 시작을 했던 만큼 같이 끝 마치고 싶었는데 박 감독님이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현재 누구보다도 바쁘고 많은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는 분이신 만큼 이렇게 먼 걸음하기 힘든데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 홍명보 전무와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이영표, 최용수, 이천수, 유상철, 현영민, 김병지, 최태욱, 김태영, 송종국, 김남일 등 2002 월드컵 4강신화의 멤버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은 2002 월드컵을 추억하는 많은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돼 자선축구 역사를 새로 쓴 홍명보 자선축구가 막을 내렸다. 홍명보장학재단은 2003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소외 계층을 위한 자선 축구경기를 열어왔고 지난해까지 22억8000만 원의 기금을 조성, 소아암 환우와 각종 스포츠 복지 단체, 축구 유망주, 저소득층을 지원했다. 그 마지막 장에 홍명보 전무의 초대에 의리로 응한 박항서 감독이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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