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한 명은 2경기 연속골, 다른 한 명은 페널티킥 실축.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황희찬(28·울버햄턴 원더러스)과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올 시즌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코리안 더비의 승자는 황희찬이다.
30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턴과 토트넘의 2024~2025 EPL 19라운드 경기. 2-2 무승부로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에서는 경기 결과보다 나란히 선발 출전한 황희찬과 손흥민의 활약상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중계화면에선 토트넘 홈구장을 방문한 한국 축구 팬들을 관중석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펼치거나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걸어두면서 코리안 더비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토트넘과 울버햄턴의 굿즈를 착용해 팬심을 드러냈다. 또한 새해 1월 토트넘 명단 등록을 앞둔 양민혁도 방문해 팬서비스에 나섰다.
황희찬과 손흥민은 경기 전 발표된 선발 명단에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라운드 입장을 앞두고 서로를 껴안으며 격려한 둘은 킥오프 휘슬과 함께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쳤다.
황희찬이 먼저 웃었다. 0-0으로 팽팽한 전반 7분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 아크에서 정교하고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오른쪽 하단을 꿰뚫었다. 지난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2호골이다. 비토르 페레이라(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 3경기 만에 첫 선발 기회를 잡아 곧바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선제골 직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 뒤 잠시 경기장에 멈춰 서서 묵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179명을 애도하는 세리머니였다. 경기 후 황희찬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기 직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유가족분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손흥민도 반격할 기회를 잡았다. 1-1로 맞선 전반 43분 브래넌 존슨(잉글랜드)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오른발로 강하게 찬 킥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키커로 나설 때 주로 시도했던 왼쪽 하단 코스를 이번엔 간파당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울버햄턴전 무득점 징크스를 이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이 64분, 황희찬이 78분에 교체아웃되며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의 올해 마지막 일정이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전반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 존슨의 연속골로 2-1 역전했으나 후반 42분 스트란드 라르센(노르웨이)에게 동점골을 내줘 홈에서 2-2로 비겼다. 11위 토트넘은 3경기 무승(1무 2패), 17위 울버햄턴은 3경기 무패(2승 1무)를 기록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들은 황희찬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고 손흥민에게 낮은 평점을 매겼다. 황희찬은 풋몹에서 7.5, 소파스코어와 후스코어드닷컴에서 7.1을 받았다. 손흥민은 풋몹과 소파스코어 6.4, 후스코어드닷컴 6.0에 그쳤다.
대조적인 결과에도 황희찬과 손흥민은 경기 후 다시 한번 만나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황희찬은 구단 공식 인터뷰를 통해 “3경기에서 승점 7을 확보한 건 매우 크고 의미가 있다”며 "사흘간 세트피스 연습을 했다. 코치님이 꼭 득점하라고 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결국 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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