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저런 행동은 분명히 해서는 안 됩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매너를 지키면서 해야 합니다.”
차상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말이다. 명승부를 망친 비매너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개막 후 14연승을 내달리던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즌 첫 고비를 마주했다. 연승 신기록이 걸린 홈경기서 수석코치의 돌발 행동으로 경기 결과와 매너 모두 완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상대는 2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자칫하면 독주 체제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 정관장이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선 2세트 19-17에서 문제의 장면이 발생했다.
정관장이 작전 타임을 부른 직후 다니엘레 투리노(이탈리아) 흥국생명 수석코치가 돌발 행동을 했다.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 뒷짐을 지고 엉덩이를 쭉 뺀 상태에서 고희진 정관장 감독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말했다. 흥국생명 스태프 한 명이 다니엘레 수석코치를 제지하고, 고 감독의 황당해하는 표정과 SBS 스포츠 중계진의 탄식이 겹쳐 승패 이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경기 전까지 흥국생명은 개막 14연승으로 V리그 여자부 한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15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관장전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도 14-16에서 세터 이고은의 오픈 후위공격자 반칙이 선언되자 판정 불만이 극에 달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이 한참 동안 항의하다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승부처였던 2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1-3(22-25 23-25 25-14 22-25)으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이고은 반칙은) 이해가 안 되는 판정"이라며 "그런 판정이 나오면 선수들이 흔들린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차상현 해설위원이 이 장면을 정심으로 강조했고, 이후 다니엘레 수석코치의 비매너가 발생해 흥국생명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졌다.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당황스러웠다. 흥국생명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런 일은 발생하면 안 된다. 경기는 코치가 아닌 선수들이 해야 한다. 코치는 선수들이 경기를 잘할 수 있고 빛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다니엘레 수석코치가 과열된 분위기로 인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며 "구단은 다니엘레 수석코치에게 경고했고, 다니엘레 수석코치도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다니엘레 수석코치는 통역 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고희진 감독에게 전화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장의 조치 요청으로 한국배구연맹(KOVO)은 26일 다니엘레 코치 건으로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행 KOVO 규정상 선수나 코칭스태프 등에 대한 폭언 및 불손한 행위에 대해선 3경기 출전정지, 100~3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시즌 중반 악재를 마주한 흥국생명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다음 일정이 만만치 않다. 흥국생명은 20일 오후 7시 수원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결전을 앞두고 있다. 선두 흥국생명(14승 1패·승점 40)은 2위 현대건설(11승 4패·승점 34)을 승점 6 차이로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다만 이 경기에서 2연패와 함께 승점 3을 내줄 경우 추격의 빌미를 허용하게 된다.
승점 6이 걸린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체력 변수를 이겨내야 한다. 17일 정관장전을 마친 흥국생명은 3일 만에 현대건설 원정을 앞두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15일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 스코어 3-1로 마친 뒤 5일간 체력을 비축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흥국생명의 두 기둥,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미들블로커 김수지의 회복력이 관건이다.
가장 큰 고민은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의 몸 상태다. 투트쿠는 정관장전 10점, 공격성공률 19.35%로 부진한 가운데 4세트 막판 무릎 부상으로 교체됐다.
앞서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두 차례 만나 모두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는데, 상대 주포 모마 바소코(카메룬)를 2경기 11점으로 꽁꽁 묶은 게 승리의 비결이었다. 모마는 최근 3경기 80점으로 리그 득점 2위(344점)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의 처지가 뒤바뀐 셈이라 흥국생명의 대처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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