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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마석도·'말랑한' 장이수, 다 이유가 있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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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마석도·'말랑한' 장이수, 다 이유가 있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4.27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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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화 시장은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범죄도시' 시리즈는 예외였다. 팬데믹 여파가 극심하던 2021년 개봉한 '범죄도시2'는 1269만명을 넘겼고, 암흑기가 채 걷히지 않은 2023년에 선보인 '범죄도시3'은 1068만명만 돌파했다.

이제 관객들은 '범죄도시'라는 타이틀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기대한다. '범죄도시'의 근간인 마동석은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제작자 겸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빌런 역 배우들은 영화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여기에 '장이수' 박지환, '초롱이' 고규필 등 스타 조연이 배출됐다. '범죄도시'가 이 시대에 끼친 파란은 안으로나 밖으로나 초록 불이었다.

시리즈 신작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는 2편과 3편에 이어 '트리플 1000만'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사전 예매량 83만장으로 신기록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개봉 첫날 관객 82만명을 모으며 시리즈 최대 오프닝, 한국영화 오프닝 톱4를 기록했다. 이어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4일째 오전 200만, 오후 300만 돌파를 이뤘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 흥행이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이건만, '범죄도시4'는 우려를 깨부수고 '서울의 봄', '파묘'가 달궈놓은 '천만 화로'에 당장이라도 뛰어들 모양새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마동석은 자만하지 않았다. 목표는 지난 시리즈에서 답한 바와 같이 '손익분기점'이었다. '범죄도시4'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이 숫자만 넘겨도 8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의 제작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2편 개봉 당시 영화시장이 굉장히 어려웠다. 코로나 직후라 그 누구도 1000만이 넘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개봉 자체가 위험했던 시기였다. 3편 때도 시장이 회복하지 못해서 100만 넘는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며 "요즘은 몇몇 영화들이 좋은 스코어를 냈지만 시장 자체가 완벽하게 돌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늘날을 분석했다. 

리스크는 그대로지만 개봉을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속편' 때문. 앞으로 개봉할 8편까지의 범죄 사건들이 모두 정해져 있기에 이를 묵혀둘 수 없다.

'범죄도시4' 마석도 역 배우 마동석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마석도 역 배우 마동석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가운데 '범죄도시4'는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 중 최초로 세계적인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칸 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제로, 상업영화 흥행 가능성을 점치는 중요한 자리다.

마동석은 "베를린에 갔을 때 집행위원장님이 '우리는 칸과 분위기가 달라서 영화가 별로면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관객 한 분도 퇴장하지 않고 박수치며 웃는 반응을 보였다. 영어 번역이 애매해 웃음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장면들도 모두 통했다. 상영이 끝난 뒤 관계자들이 와서 자막 없어도 이해가 되는 영화라고 했다. 본인들의 나라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베를린 반응을 이야기했다.

이어 "모든 영화는 호불호가 나뉜다. 하지만 사건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로벌 팬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마동석의 'NEW 빌런'

'범죄도시' 시리즈는 '괴물 형사' 마석도의 활약만큼이나 빌런들의 존재감이 눈길을 끈다.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에 이어 마석도와 대적하는 빌런은 배우 김무열. '악인전'(2019)에서 조폭 장동수(마동석 분)와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역할을 바꿔 끼우고 재회한다.

'범죄도시4' 백창기 역 배우 김무열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백창기 역 배우 김무열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4번째 빌런 백창기에 김무열을 '픽'한 것은 마동석이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4'의 액션은 다른 영화보다 난이도가 있다. 안무처럼 서로가 힘을 빼고 합을 맞춘다. 합이 있어도 위험한 순간이 있다.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다친다. 이 정도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국내에 몇 명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역할에 무열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열이는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고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배우죠. 무엇보다 무열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가 배우가 된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배우가 된 후 액션을 배워서 잘하는 배우는 있어도 숙련도 면에서는 전자보다 부족할 수 있어서 무열이가 가장 적합했어요."

'범죄도시4' 장동철 역 배우 이동휘.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장동철 역 배우 이동휘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백창기와 같은 육체형 빌런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시리즈는 지능형 빌런이 더해진다. 이동휘는 김무열과 공조하는 천재적인 IT 사업가 장동철을 연기한다. 장동철은 백창기와 함께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다 가상화폐를 상장시켜 더 큰 판을 벌이려고 한다.

마동석은 장동철에 대해 "지능형 빌런을 설정하고자 구축한 인물은 아니다. 온라인 카지노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까 뒤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있더라. 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도 나쁘지만 그 옆에서 조종하는 사람도 빌런이다. 이 사람을 제외하고 액션 위주로 풀고 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창기의 오른팔인 김지훈도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마동석과 복싱 대 복싱으로 맞붙는다. 복싱형 빌런은 김지훈이 처음이다. 마동석은 "김지훈 배우는 복싱 국가대표에서 트레이너를 거치고 배우가 된 케이스다. 저희 체육관 관장이기도 하다. 제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무거운 복싱을 한다면 김지훈 배우는 속도가 빠른 복싱을 한다"고 차이를 이야기했다.

'범죄도시4' 장이수 역 배우 박지환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장이수 역 배우 박지환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마동석의 계산법, 다 '이유'가 있다

반가운 얼굴도 있다. 3편에서 볼 수 없었던 장이수(박지환 분)가 메인으로 재등장해 마동석을 돕는다. 미워할 수 없는 박지환표 '착한 빌런'은 관객의 웃음보를 저격한다.

강렬하고 거칠었던 극악무도 장이수는 세월과 함께 '말랑'해졌다. 이는 마동석이 자료 조사를 하며 실제로 만났던 '암흑계 형님들'의 모습을 적용한 결과라고. 마동석은 "실제로 암흑계에서 활동하셨던 분들을 보면 세월이 지나면서 말랑말랑해지는 부분이 있더라. 아마 장이수를 이전 캐릭터 그대로 가져왔으면 관객들이 식상하다고 했을 거다. 세월에 따라 변화한 사람을 다뤄야지 과거를 다루는 것은 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4편 속 장이수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범죄도시4' 마석도 역 배우 마동석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마석도 역 배우 마동석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석도도 변화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극중 피해자 부모의 유서를 마주하고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역시 실제 형사들을 반영한 결과다.

"마석도에게 변화를 주고자 의도한 장면은 아니에요. 실제 형사들을 만나보면 사건에 지나치게 몰입해요. 어떤 분들은 핸드폰 배경 화면을 피해자 사진으로 해놔요. 자기 전에 꼭 유서를 읽고요. 오히려 액션에 치중하다 보니까 현실보다 약하게 나온 장면이죠."

◆ 5편부터 8편까지, 후속편 힌트

동시 촬영한 3, 4편 이후의 시리즈는 현재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 있다. 후속편은 앞선 시리즈 개봉 전에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과 상관없이 뚝심 있게 '범죄도시'만의 길을 간다.

마동석은 "5, 6편을 넘어가면서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영화가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희는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 포커스를 둔다"고 소신을 밝혔다. 시리즈 8편 모두 영화로 제작된다. 마동석은 "이후 스핀오프를 진행한다면 드라마로 매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은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해 "지능형 빌런이 한 명 더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번 시리즈처럼 지휘하는 게 아니라 뱀처럼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으면서 혼란을 주는 인물이 될 거다. 잔인하게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는 캐릭터"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마동석이 범죄자들을 주먹으로 다스리는 이유가 5편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들도 다양해진다. 그는 "5~8편은 이런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오래된 사건들은 프로파일러들과 협력해 현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글로벌한 사건도 나올 거다. 1~4편이 1부라면 5~8편은 2부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범죄도시'의 글로벌판도 해외 관객과 만난다. 2편은 이미 미국판 리메이크를 확정했다. 마동석은 "3편은 리메이크 제의가 두 군데 와서 논의 중이다. 4편도 베를린 이후 제안이 와서 논의하고 있다. 2편 리메이크는 제가 프로듀싱을 함께한다"며 "지금은 4편 개봉과 5~8편 대본에 집중하려고 한다. 캐스팅 물밑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범죄도시4'는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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