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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반지는 허웅이 먼저, 투혼은 동생 허훈 [프로농구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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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반지는 허웅이 먼저, 투혼은 동생 허훈 [프로농구 챔프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5.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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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부산 KCC 이지스와 수원 KT 소닉붐의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시리즈(7전 4승제)는 ‘허재 두 아들 시리즈’로 불렸다.

‘농구 대통령’ 허재(59)의 장남 허웅(31·KCC)과 둘째 허훈(29·KT)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둘 모두 훈훈한 외모와 뛰어난 농구 실력으로 팬들을 몰고 다니는 KBL 대표 스타.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 시즌 전까지는 아무도 챔프전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둘 중 한 명은 허재에 이어 무조건 ‘부자(父子) 우승’을 타이틀을 얻는 것이었다. 허재는 프로에서는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전신)와 원주 TG 엑써스(원주 DB 프로미 전신) 2회 우승 반지를 꼈다. 농구대잔치 시절에는 기아자동차 유니폼을 입고 강동희, 김유택, 한기범 등과 7번의 우승을 일궜다.

허훈(왼쪽), 허웅 형제가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시작 전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br>
허훈(왼쪽), 허웅 형제가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시작 전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부자 우승’의 타이틀을 먼저 가져간 건 형 허웅이었다. KCC는 5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KT와의 챔프전 5차전에서 88-70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앞선 KCC는 2010~2011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통산 6번째 우승. KBL 최다 우승팀인 현대모비스(7회)와 격차를 1승으로 줄였다. 전 야구선수 김병현과 소닉붐아레나를 찾은 아버지 허재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허웅은 이날 23분 25초를 소화하며 21득점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2쿼터 종료 6초전에는 3점슛을 터뜨리며 40-36으로 점수 차를 벌린 채 전반을 끝냈다. 60-47로 앞선 3쿼터 종료 1분 27초를 앞두고는 승기를 중거리 2점슛을 터뜨렸다. 허웅은 챔프전 5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30분을 넘게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챔프전 MVP(최우수선수)의 몫도 허웅. 기자단 투표 84표 중 31표를 차지했다. 허웅은 1997~1998시즌 기아 유니폼을 입었던 허재에 이어 ‘부자 챔프전 MVP’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자유투 날리는 허웅.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자유투 날리는 허웅.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하지만 투혼에서 허훈을 나무랄 자는 없다. 허훈은 챔프전 1차전만 22분 59초를 뛰었을 뿐 2~4차전은 모두 40분 풀타임을 뛰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3일 4차전에서는 감기 증세 속에서도 33득점 4리바운드 5도움을 기록했다. 5차전을 앞두고는 전날인 4일과 5일 오전 훈련을 아예 소화 못 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송영진 감독이 이날 경기 전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것 같은데 뛰는 걸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선발 출전을 했고 풀타임을 뛰었다.

최종 기록은 29득점 5도움 5리바운드. 1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12점을 꽂아 넣는 화력을 보여줬다.

전 농구감독 허재(왼쪽), 전 야구선수 김병현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br>
전 농구감독 허재(왼쪽), 전 야구선수 김병현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컨디션이 안 좋다고 믿기 어려웠다. 교체 사인을 내면 송영진 감독은 얼마든지 교체해 줄 생각이 있었지만 허훈은 끝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4쿼터 초반에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그도 조금씩 지친 기색을 보였다.

사실 허웅은 워낙 팀 전력이 막강해 무리하게 풀타임까지 뛸 필요가 없었다.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이 든든했기 때문에 한 명이 무리하게 뛸 필요가 없었다. DB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 끝내면서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었다.

KCC의 우승이 확정되자 허웅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고 허훈은 홈 팬들에게 인사하고 동료들과 경기장을 나갔다.

치열하게 돌파하는 허훈.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치열하게 돌파하는 허훈.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게다가 KCC는 서울 SK 나이츠와 DB와의 플레이오프를 7경기 만에 끝낸 상황이었다. 반면 KT는 현대모비스와 창원 LG(엘지) 세이커스와의 플레이오프를 9경기 치렀다. 게다가 KT에서는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 1위’ 패리스 배스와 센터 하윤기가 기대 이하의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시리즈 내내 부침을 겪었다. 배스는 5차전에서 3쿼터 4분 4초를 남겨놓고 마이클 에릭과 교체되자 경기가 잘 안 풀린 듯 화가 난 모습으로 한 3분 동안 벤치를 떠나 있기도 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개인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2007~2008시즌 원주 동부 프로미(DB 전신)의 우승을 이끈 후 무려 16시즌 만이었다. 2019~2020시즌 KCC 지휘봉을 잡은 지 5시즌 만에 팀에 우승 반지를 안겼다.

전창진 감독은 ‘기적의 사나이’로도 불리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총 26회 치러진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5위 팀이 우승 반지를 낀 적은 없었다. 전창진 감독이 최초다.

2006~2007시즌 이후 17시즌 만에 챔프전에 오른 KT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LG,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함께 KBL에서 아직 우승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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