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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궁금해, 배우 이재준의 호기심천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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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궁금해, 배우 이재준의 호기심천국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7.0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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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동거를 소재로 한 엠넷 드라마 '더러버'의 톡톡한 재미를 담당했던 것은 배우 이재준(26)과 타쿠야의 조합이었다. 특히 두 사람 간 로맨스는 방송 전에 계획이 없었으나 시청자 반응에 힘입어 결정된 경우다. 갑작스러운 내용 변화에도 이재준은 타쿠야에 대한 애틋한 짝사랑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어, 이 그림 느낌 있어요. 이따 찍어가야겠어요."

인터뷰장에 들어선 이재준이 벽에 걸린 그림을 눈여겨봤다. 평소 말이 없는 편이라 인터뷰를 하는 요즘이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이 신예에겐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 배우 이재준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 '야간비행' 이은 '더러버' 남남 연기, 누아르 케미도 기대해

'더러버'에는 신인으로서 자칫 꺼려질 수 있는 파격적인 연기들이 많았다. 파트너 타쿠야의 몸에 바디로션을 바르며 깊이 느끼는(?) 표정을 짓거나, 음란 동영상을 보는 연기도 있었다. 이재준에게 이는 쉽진 않았지만 일찍이 자신을 내려놓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나를 훨씬 더 내려놔야 할 것 같은데, 그 문이 좀 열린 것 같다. 아직은 나 혼자서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건 어색하고 힘들지만, 디렉션을 주신다면 잘 할 수 있다."

'야간비행'의 기웅과 '더러버'의 준재는 몹시 다른 성격이다. 기웅으로서 외로움과 방황을 연기했다면 준재로서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동거인에게 색다른 감정을 느끼는 모습을 표현했다. 거칠고 투박한 기웅의 모습도 표현 가능하지만 카메라 밖 이재준에겐 맑은 소년의 느낌이 강하다. "인상이 달라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는 말에 이재준은 "사실 지금도 살이 좀더 찌고 수염을 기르면 그 때 모습이 나온다"며 웃었다.

"'야간비행'의 기웅은 실제 나와는 많이 떨어진 캐릭터여서, 캐릭터에 가까이 가려고 했다면 이번엔 내 원래 모습과 준재와의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앞에서 잘해주기보다 뒤에서 챙겨주는 면은 준재와 비슷하지만 준재처럼 다른 사람의 몸에 크림을 바르면서 느끼지는 않는다.(웃음)"

지난해 개봉한 '야간비행'과 이번 '더러버'까지 이재준은 의도치 않게 남자와의 묘한 감정을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이에 대한 특별한 감상은 없을까.

"부담감 아닌 부담감도 있지만, 앞으로 다른 여배우 분들과 촬영할 기회도 많지 않을까. 보시면서 '케미가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이 케미가 누아르 영화처럼 남성 캐릭터끼리 붙는 데에도 좋게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배우 이재준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 듣는 이재준, 요즘 말 늘리는 이유는? "연기 잘 하기 위해"

이재준은 평소 운동을 거르지 않고 몸 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무용, 모델을 경험하며 약간의 몸의 변화도 화면을 거치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러버' 중 복근 노출신은 이런 평소의 노력을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재준은 진녀(최여진)의 꿈에 등장해 그와 베드신을 연출했다. 대본을 2~3일 전 받아 베드신을 알게 된 후 이재준은 급히 몸 관리를 시작했다.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았지만, 특별히 신경을 썼다.

"급히 살을 빼고 운동을 정말 미친 듯이 했다. 주변에 보디빌딩을 하시는 분께 들으니 물 한 방울도 차이가 난다고 하셔서, 그날은 물 한 방울도 안 마셨다가 촬영 후에야 물을 마셨다. 먹은 게 없어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웃음) 좀더 예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1회에도 노출 신이 있었는데, 또다시 보여지는데 1회 때보다 안 좋으면 안 되니까."

이와 함께 요즘 각별히 신경쓰는 부분은 '표현 연습'이다. 평소 적은 말수를 늘려간다. 이유는 "연기를 잘 하고 싶어서"다.

"요즘은 연기를 잘 하고 싶어서 일부러 말을 좀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래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듣는 편이었다. 예전엔 혼자만의 생각에서 그쳤다면, 지금은 밖으로 생각을 뱉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연기에서의 표현력이 좀더 생기지 않을까."

이런 표현력 때문인지 '더러버'에서의 이재준의 감정 연기는 표정에서뿐 아니라 사후 작업하는 내레이션에서도 드러났다. 코믹한 분위기와 내용으로 촬영한 장면에, 이후 애틋한 내레이션을 입혀 새로운 느낌을 입혔음에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표현한 데 있었다.

'더러버'로 또하나 얻은 것은 연기뿐 아니라 드라마 촬영장에의 적응이다. 주로 영화작업을 했던 이재준에게 이번 작업은 새로웠다. 이재준은 "카메라 세 대를 놓고 하는 촬영을 처음 해 봤다"며 눈을 반짝였다.

▲ 배우 이재준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 태권도·무용으로 쌓은 재능, 몸 쓰는 연기 자신있어

이재준은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주연의 '백야'를 꼽았다. 이 영화들을 보고 무용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스물 여섯. 그리 길지 않은 이재준의 삶에는 많은 경험들이 녹아있다. 태권도에 두각을 나타내 중학시절에는 선수 제의를 받았고,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서 뒤늦게 무용을 시작해 세종대학교 무용과까지 진학했다. 고3 입시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무용 선언'에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성공적인 진로 변경에는 타고난 재능뿐 아니라 숨은 노력이 있다.

"태권도를 오래 했다보니 몸이 유연한 면이 있었고, 노력도 굉장히 많이 했다. 방학 땐 하루에 10~12시간씩 무용 연습을 하면서 발레학원에서 하루종일 살았다. 같은 걸 매일 반복하다보면 늘 수밖에 없는데, 성장이 꾸준하게 높아지기보다 한번씩 크게 실력이 느는 '계단식'이다. 정체기 때 포기하지 않고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태권도와 무용으로 다져진 유연한 몸으로 몸 연기가 자유로운 것은 이재준의 큰 강점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이재준에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체득된 경험과 요소들이 더 좋은 연기를 하는 데 영양분이 되지 않을까. 사실은 10년씩 무용, 모델을 하신 후 연기하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도 그렇게 진득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도 든다. 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런 경험들이 그저 맛만 잠깐씩 본 것으로 보여질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이재준에게 지금은 결코 가볍지 않은 시기다. 연기에 막 발을 들인 신인으로서도, 이재준의 인생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은 때다. 제법 진지한 이 고민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나도 나를 아직 잘 모르겠어서 알아가는 중이다. 이 숙제를 풀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내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잘 꺼내놓지 않는 편이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는데, 그간 나를 많이 숨기고 살았던 것 같다. 요즘 나 자신을 점점 오픈하고 살면서 생각이 더 깊어진다. 생각하는 만큼 변화도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뵙게 된다면 그땐 내가 좀더 달라져있으면 좋겠다.(웃음)"

이재준은 8월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로 관객을 만난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의 이야기로, 이재준은 우진의 한 모습을 맡아 여성 캐릭터의 다음 순서에 자리한다. 누아르, 사극에도 관심이 있으며 다양한 작품에 오디션을 보는 중이다. 앞으로 보여줄 또다른 모습들이 기대를 높인다.

▲ 배우 이재준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취재후기] 사정상 인터뷰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워 휴대전화 셀카라도 부탁했다. 동석한 관계자가 "셀카를 정말 못 찍는다"고 했지만 못 찍으면 얼마나 못 찍을까 싶었다. 이재준이 "셀카가 잘 나오는 앱을 받았다"며 다양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찰칵찰칵.

아. 기사사진이 셀카보다 나은 흔치 않은 배우다. 그 때문인지 인스타그램에도 셀카가 거의 없다. 이재준이 머쓱하게 덧붙였다. "제가 사진찍히는 걸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셀카도 잘 못 찍는 것 같아요… 근데 그랬던 사람이 모델을 했어요. 하하하." 말투와 행동에는 자연스러운 애교가 묻어있다. 알수록 재밌는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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