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오늘날의 연애 예능이 다양한 포맷과 스타일로 발전하고 확장하는 기반을 다진 채널A '하트시그널'이 시즌4를 마무리 지었다. 시즌1이 첫 방송된 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6년이나 이어져 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커플 성사 결과에 집중했다면, 하트시그널은 커플 성사 결과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연인이 되기 전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를 뜻하는 '썸'이라는 단어가 급부상하던 시기, 과정에서 느껴지는 설렘을 지켜보고자 한 것. 시청자마다 응원하는 커플은 달랐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설렘과 기대에 흠뻑 녹아들었다.
그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었고, 지난 시즌 매력에 빠져 프로그램을 함께하게 된 PD들도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청춘들의 연애 방식이었다.
"시즌1의 서사는 조금 더 전통적이었던 것 같아요. 가슴은 설레지만 나를 긴장시키는 나쁜 남자,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남자. 전통적인 연애 선택지가 있었죠."
불안과 설렘 사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게끔 만드는 '나쁜 남자' 전형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속내를 숨기고 퉁명스럽게 굴지만 가장 필요할 때 '내 남자'가 된다는 설렘에 많은 여성이 열광했고, 일상에서도 나쁜 남자는 매력적인 연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젊은 세대의 연애관은 점점 변화했다. 사회적, 경제적 불안감이 팽배해지며 연애만큼은 '안정적'이길 바라는 이들이 지배적인 구조를 띠게 됐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잘 묻어난 것이 하트시그널이다. 하트시그널 전 시즌을 이끌어 온 박철환 PD는 "저도 시즌1 제작 당시는 연애를 하고 있었고, '지금의 연애'에 대한 결을 알고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찾은 해답은 저는 모르더라도 입주자분들, 그 시대의 청춘들은 다 안다는 것"이라며 "2017년의 입주자분들이 계셨고, 2023년에는 지금의 입주자분들이 계신다. 저는 저를 내려놓고 이분들을 보고 배운다. 배우고, 흡수하고, 최대한 그분들에게 맞게 표현한다. 하트시그널도 이를 통해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 출연자에게 다가가는 남성 출연자들의 태도였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안정적인 연애 상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철환 PD는 "시즌2는 요즘 남자의 서사가 묻어났다. 결혼 적령기의 남자가 갑자기 설레는 사람을 만나게 됐을 때, 나와 잘 맞는 여자와 설레게 하는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2020년 시즌3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시즌4는 전통적인 연애관을 완전히 뒤집었다.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팬데믹을 겪으며 청춘들은 한층 더 성장했고 상대를 '연애 대상'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4를 촬영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내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전통적인 남자들의 플러팅 방식이 변화하고 있구나 싶었죠."
박철환 PD는 "(시즌4 출연자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세련됐고 톤 조절도 남달랐다. 물론 여전히 클래식한 플러팅과 직진 기술을 쓰는 분들도 있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여자의 마음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며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거다. 요즘 정서에는 10번 찍는 과정이 위험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분들도 밝고, 적극적이고,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번 시즌은 남녀 모두 감정 표현을 예쁘게 잘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은 특히나 외향적인 성격의 출연자가 많았다. "역대급으로 MBTI E유형이 많았다"고 전한 박철환 PD는 "마지막 날에 고백하는 게 룰인데 좋아한다는 말 빼고는 다 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룰이 넘기 쉬운 룰이라는 것을 시즌4 만에 알았죠. 시즌4를 준비하면서 최대한 장치나 구성을 덜어내자고 마음먹었는데, 마지막 고백이라는 룰이 없었다면 큰일 났겠다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표현이 적극적인 만큼 돌아오는 피드백도 건강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박철환 PD는 시즌4을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와 타인의 마음에 건강하게 접근하는 세대가 온 것 같아 감동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시즌4는 여전한 화제성을 자랑하며 무사히 종영했지만 논란을 야기한 부분도 있었다. 그중 입주자 김지영을 둘러싼 '어장 논란', '남자친구 논란'이 큰 화두를 빚었다. 박철환 PD는 김지영의 어장 논란을 해명하며 고백 룰의 양면성을 털어놨다.
그는 "입주자들은 시그널 하우스에 입주해 한달을 완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짝사랑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방법은 고백하지 않는 방법이다. 고백하는 순간 끝나니까 같이 살 수가 없다"며 "그래서 저희도 마음을 졸인다. 그런데 입주자들이 룰을 잊고 고백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고백하면 될 것 같고, 속 시원할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같이 못 지낸다. 그러니 고백을 받는 대상도 마음을 거절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불편하니까 안 만날래' 이렇게 해버리면 시그널 하우스에서 감정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상황을 흘려보내지 못하니까 다음 감정으로 넘어가지도 못하죠. 지영 씨의 행동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배려인 거예요. 상대방의 감정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함께하고, 그 시간에 충실하겠다는 암묵적인 룰이기도 하죠. 그렇게 해야 8명의 입주자가 모두 후회 없이 나갈 수 있어요."
김지영이 남자친구를 사귀던 도중 하트시그널에 출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거듭 부인했다. 그는 "정말 헤어지고 나오셨다. 프로그램에 나오려고 헤어진 게 아니라 정말 헤어진 뒤에 나오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되도록 출연자의 과거 연애사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동안 방송을 통해 출연자의 과거 연애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고요. 하지만 이번에 직접적으로 나선 이유는 두 가지예요. 지영 씨의 진정성과 시청자의 몰입을 위해서라도 해명해야겠다는 판단. 또 하나는 지영 씨의 과거 연애를 드러내지 않으면 멀쩡한 인턴 의사(유지원)의 플러팅이 먹히지 않는 이유가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과거 이야기를 담게 됐죠."
하트시그널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전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고 알렸다. 이에 김지영의 과거 연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박철환 PD는 "출연자 대부분이 자기 짝을 만나고 싶지만 자신과 확신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만나보고 싶은 기대 때문에 오신다"며 "지영 씨는 최근에 헤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전 연애의 그림자가 한 달간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더라. 그 과정에서 지원 씨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이전 연인에게 피해가 갈까 봐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시즌4는 한겨레와 김지영, 신민규와 유이수 두 커플이 매칭되며 막을 내렸다. 박철환 PD는 시즌4를 마무리하며 "사실 좀 시원섭섭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넘기며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시즌 하나를 촬영할 때 한 달 동안의 감정들을 기록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들여다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고, 모든 감정을 충분히 살렸는지 고민도 했다. 2023년 버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트시그널4는 막을 내렸지만 출연자들은 '애프터시그널'로 뒷이야기를 이어간다. 애프터시그널은 커플과 솔로가 된 8인 청춘남녀들의 더 깊고 짜릿해진 시그널을 그린 하트시그널4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총 4부작으로 지난 1일 시작해 오는 22일까지 이어진다.
하트시그널은 다음 시즌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철환 PD는 "시즌2, 3을 할 때 한 커뮤니티에 출연자들의 캐릭터성과 내러티브를 정리해 주신 시청자분들이 계셨다. 이렇게까지 깊게 봐주시는구나 하고 감동받았다. 동시에 위기감도 들었다"고 고백하며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는 눈과 시그널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분석하는 능력이 대단해졌다. 덕분에 사람의 감정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는 시청자가 여러 방향성을 열어두고 볼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려 한다. 이들의 서사가 닫힌 서사가 아니니 이를 담을 그릇을 어떻게 빚을지가 다음 숙제가 될 것 같다"고 말해 '하트시그널5'를 향한 기대를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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