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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75) 문진희] 국가대표+IBK, 여자배구 통역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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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75) 문진희] 국가대표+IBK, 여자배구 통역사의 삶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4.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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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경원 객원기자] # 지난 15일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미디어데이. 남자부 7개 구단 중 수원 한국전력과 대전 삼성화재를 제외한 5개 팀이 외국인 사령탑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선 메가왓티 퍼티위(대전 정관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았다. 그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여자배구를 향한 관심이 급증했다. 

국내 프로배구에선 이처럼 외국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와 선수간, 현장과 프런트간 소통이 중요한데 이를 원활히 하긴 위해선 유능한 통역사가 필수다. 스포츠산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츠잡알리오 대학생 기자단이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과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직원을 만났다.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제공]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IBK기업은행 배구단 통역을 맡고 있는 문진희라고 합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와 외국인 전력분석관 통역을 하고 있습니다.”

- 프로배구단 통역사가 하는 일은?

“훈련 통역이 메인이고요. 외국인 선수 면담이나 인터뷰 같은 일정이 잡혔을 때도 제가 선수의 눈과 입과 귀가 됩니다.”

MJ필립스 선수의 통역을 하고 있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제공]
외국인 선수의 귀와 입이 되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시즌과 비시즌 업무 차이는.

“비시즌에는 일주일 스케줄이 나오고 고정된 훈련을 하면서 팀 내 액티비티들이 조금 더 많고요. 시즌 중에는 원정경기가 있어 이동이 많아집니다."

- 외국인 선수의 개인 일정에도 동행하는지?

“이 일을 하지 않는 분들한테 궁금한 질문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희한테는 동행이 너무나 당연시됩니다. 외국인 선수의 귀와 입이 되어야 되기 때문에 훈련 이외 일정에도 거의 동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통역하고 있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제공]
인터뷰 통역 중인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회사와 계약하는 건지,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지.

“현재 저는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대표팀 소속이거든요. V리그 기간에는 팀에서 일하고 비시즌에는 대표팀 활동을 하기 때문에 프리랜서 개념이 맞는 것 같아요.”

- 회사와의 계약은 어떤 식인지.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이 발효됩니다. 외국인 선수가 떠나면 사실 팀에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구단들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고 나가는 기간 동안만 통역사를 채용합니다."

- 회사 소속이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가능한지?

“계약 기간이 물리지 않아요. 시즌이 10월부터 시작해서 3월에 끝나면 나머지 기간에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로 나머지 공백기를 어떻게 보내야될지, 또 다른 일을 해야 될지 고민합니다.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합니다.”

선수와 대화하고 있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제공]
선수와 대화하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가장 필요한 역량은?

“통역은 언어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그보다는 발화자가 전달하고 싶은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진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발력도 중요합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통역할 때 시간을 따로 주지 않아요. 시간을 찾아 해야 되는데 그 때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잘 묘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짧은 시간을 활용해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순발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 필요한 자격 요건은?

“베이스로 언어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 구사 가능한 언어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영어입니다.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워 알아들을 수 있는 단계고요. 스페인, 이탈리아 감독님들과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스페인어는 단어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많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일할 때 배구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지?

“저는 배구를 아예 몰랐어서 '시작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통역사가 되고 나서 보니 배구를 모르면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경기를 보고 있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제공]
경기를 보고 있는 문진희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일의 장점은?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니 체감이 다르거든요.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했고 그 노력이 코트에서 이행될 때 느끼는 기쁨은 일반팬들이 느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내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 단점은?

“시즌이면 경기가 있는 날, 없는 날을 기준으로 살기 때문에 저희는 주말이 없거든요.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른 직무를 하다가 이직했는데, 힘든 점은?

“스포츠는 어느 분야와도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그래서 학부생 때부터 스포츠를 어떤 분야와 융합해 진로를 찾아야 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마케팅도, 이벤트도, 행정도 해봤습니다. 그게 제가 진짜 원하는 진로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과정이었거든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해보려고 시작했지만 이직하면 아예 관련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경력이 없는 게 되어버립니다. 그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통역을 결심한 순간은?

“시작은 여자 배구대표팀 매니저였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통역직을 제안해주셨어요. 저는 매니저였고 배구를 잘 몰랐기 때문에 준비가 미흡하다 생각해 고사했습니다. 그 시즌에 (수원) 현대건설에 들어가 외국인 선수 통역을 한 해 하고 비로소 준비됐다고 생각해 외국인 감독 통역직을 맡게 됐습니다.”

- (좋은) 통역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언어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배구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 지도자의 언어를 이해하는게 가장 처음이라고 생각해 배구를 알아보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통역은 아포짓이라는 한 포지션만 통역하게 되는데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세터들과 굉장히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는 차별성을 위한 고민입니다. 기술이 발전돼서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많이 쓰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팀에 존재하는 이유, 어떤 능력을 가져야 되는지를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저는 선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고 선수들은 저에게 배구를 가르쳐 주면서 재능을 교환했습니다."

- 팀 분위기에 따라 통역이 달라지는지?

“당연히 팀 성적과 선수단 분위기에 따라 눈치 보이는 상황이 있긴 합니다만 제 표현의 기조는 발화자의 의도를 가장 존중해야 한다입니다. 

제가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감독님께서 'We are not making decisions'라고 얘기했어요. 직역하면 '우리 지금 판단이 올바르지 못해' 이런 건데 그러면 부정적인 번역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작전타임 때 그렇게 안 하고 '우리 결정을 조금 더 똑똑하게 해줘야 될 것 같아'라고 얘기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발화자의 콘텐츠는 뭉개지 않으면서 선수들한테는 조금 더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걸 많이 생각하려 하는 것 같아요. 한없이 안 좋은 상황에서 안 좋게 얘기해버리면 분위기가 더 저하되기 때문에 신경 안 쓸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사진=본인제공]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팀에서 유일한 직무다보니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이게 옳은 길인지 더 좋은 방향이 있는지 누군가 체크해주고 코멘트해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따라갈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점 같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고 도움이 된 활동은?

“대표팀 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처음 매니저를 맡았을 때 김연경 선수가 2020 도쿄 올림픽에 가는 시기였거든요. 그 때가 코로나 때문에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았어요. 위기 대응이나 문제 해결력을 많이 함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건 돈을 주고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순발력이 요구되는 상황이 많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도 어떤 스텝을 거쳐서 해결해야 되는지 아이디어가 전혀 없는데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저를 만들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요.

프로팀에 있거나 구단에 속하면 받을 수 있는 도움의 크기나 자원의 양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대표팀은 그렇지 않거든요. 현장에 있는 이가 다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그 때의 스펙타클했던 경험, 사건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취업 준비생과 대학생에게 한마디.

“통역은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 플레이어들 옆에서 그들을 빛내기 위한 일입니다. 프로구단에 있다는 사실이 화려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이기 때문에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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