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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없다, 고영표 울린 스트라이크존 [프리미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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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없다, 고영표 울린 스트라이크존 [프리미어12]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1.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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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한순간에 무너졌다. 만루포, 2점포. 홈런 2개로 6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끝났다. 

투수진 맏형인 고영표(33·KT 위즈)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없는 '인간 주심'의 판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충격적인 부진 끝에 3회말 조기 강판, 체면을 구겼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제 한일전을 비롯한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선발 고영표가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6실점으로 부진한 게 패인이다. 

고영표가 2회말 6실점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영표는 1회말 네 타자 상대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했다. 대만 테이블세터를 연달아 2루 땅볼로 돌려세웠고, 3번 천제슈엔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4번 린안커를 3구 삼진 처리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천제슈엔 타석에서 의아한 장면이 나왔다. 볼카운트 2-1 이후 몸쪽으로 던진 비슷한 코스의 패스트볼 2개가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중계화면 좌측 하단 트랙맨 데이터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것으로 나왔는데 주심의 콜이 들리지 않았다. 고영표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이날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대형과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가 커진 건 2회말 2사 1,2루에서 만난 9번 쟝쿤위 타석이었다. 고영표는 초구 바깥쪽 하단(우타자 기준)을 통과하는 커브를 던졌으나 주심은 미동도 없었다. 그렇다고 몸쪽에 관대한 것도 아니었다.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 패스트볼이 볼 판정을 받았다.

결국 9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이후 홈런~2루타~홈런으로 3연속 장타를 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4번 린안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고영표는 힘겹게 2회를 마친 뒤 최지민(KIA)과 교체됐다. 대표팀은 불펜 5명을 투입해 6이닝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타선이 3안타에 묶여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고영표가 만루홈런을 내준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첫판을 져서 엄청 아쉽다. 고영표가 상대 좌타 라인을 못 막은 게 패인"이라며 "2사 만루에서 (초구)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안 떨어져서 홈런을 맞았다. 그게 아쉽다"고 총평했다.

대만은 우완 사이드암 고영표 공략을 위해 좌타 6명을 배치했고, 이 중 1번 천천웨이와 3번 천제슈엔이 나란히 한 방을 터트렸다. 만루홈런을 터트린 천천웨이는 "생애 첫 만루홈런"이라며 기뻐한 뒤 "상대 투수가 변화구(체인지업) 던질 걸 알고 있었다. 먼저 점수를 내면서 분위기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더군다나 볼넷을 많이 주는 유형도 아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통산 1020⅔이닝을 던지고 볼넷은 겨우 162개, 칼 같은 제구력을 과시했다. 노림수를 갖고 들어가지 않으면 치기 어려운 투수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좌우 폭이 좁아져 상하를 이용해야 했고, 체인지업이 몰려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올 시즌 ABS를 도입한 KBO와 달리 프리미어12는 주심이 직접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한다. 이날 고영표 외에도 투수 최지민, 타자 윤동희 등 대표팀 다수가 평소와 다른 판정에 난감해했다. ABS 없는 스트라이크 존 적응이 대표팀의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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