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일단은 부딪쳐 보고 싶습니다. 세계의 벽에."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은 14일 쿠바전에서 2홈런을 친 뒤 인터뷰 마지막에 남긴 한마디로 화제를 모았다. 2024 KBO리그 38홈런-40도루로 정규 최우수선수(MVP)가 확정적인 그는 데뷔 3년 만에 팀의 통합 우승까지 이뤘다. 국내 무대를 정복한 김도영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김도영은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골반 통증으로 갑작스럽게 교체돼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대회 마지막 날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최종 성적 5경기 타율 0.412(17타수 7안타) 3홈런 10타점 4득점 1도루. ‘슈퍼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김도영은 18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5차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2 승리를 이끌었다.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홀로 타점을 싹쓸이하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대표팀은 호주전 공격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2회 만루 기회를 놓치는 등 잔루 8개를 쌓았다. 자칫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흐름을 바꾼 건 해결사 김도영이었다.
김도영은 0-0으로 팽팽한 3회말 1사 2루에서 스티븐 켄트 상대로 유격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선제 적시타를 신고했다. 대표팀이 호주 수비 실책을 틈타 1점을 추가한 4회말 2사 1,3루에서는 조시 가이어의 공을 받아 쳐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김도영은 대표팀이 3-2로 쫓긴 6회말 시원한 한 방을 터트렸다. 2사 1루 볼카운트 1-1에서 샘 홀랜드의 3구째 공을 공략해 좌익수 뒤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작렬했다. 대회 3호 홈런을 쏘아 올린 김도영은 대표팀이 8회말 2번 신민재 타순에서 공격을 마쳐 그대로 호주전을 마무리했다.
17일 일본과 대만이 각각 승리하면서 슈퍼라운드(4강) 진출이 좌절된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3승 2패로 마쳤다. 대회 전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에 패한 게 목표 달성 실패로 이어졌다. 5경기에서 한 번도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선발진, 노시환의 낙마로 파생된 4번타자 부재 등 여러 숙제를 확인했다.
아쉬움 속에서 3번 3루수 김도영의 발굴은 이번 대회 류중일호가 거둔 최고의 수확이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혀 15타수 3안타에 그쳤던 김도영은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쿠바전에서 올 시즌 일본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ERA) 1위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 상대로 만루홈런을 뽑아내는 등 세계의 벽을 힘차게 두드렸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이승엽, 김동주, 김태균, 이대호 등으로 이어진 대표팀 중심 타선 계보가 2010년대 후반부터 뚝 끊기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3홈런을 기록한 김도영은 슬러거 유형의 선배들과 달리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빠른 발까지 갖췄다.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간판타자의 탄생을 알렸다.
빨라야 4년 후 메이저리그(MLB) 도전이 가능한 김도영은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대교체를 1순위로 내세웠던 류중일호는 21세 김도영의 성장을 확인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도영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 이겨서 다행이다.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 이를 악물고 준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APBC에는) 모든 경기에서 다 못 보여줘서 만회하고 싶었다"며 "이번 대회는 일본전(4타수 무안타)을 제외하면 내용은 좋았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팀도 함께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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