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황정민(54)과 김고은(33)이 2024년 한국영화에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45회 청룡영화상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최다 수상은 4관왕을 차지한 '서울의 봄'과 '파묘'에 돌아갔다. '서울의 봄'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황정민), 편집상, 최다관객상을 수상했으며 '파묘'는 감독상(장재현), 여우주연상(김고은), 촬영조명상, 미술상을 거머쥐었다.
나란히 최다 수상 작품에 오른 두 작품은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도 나눠 가졌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을 강렬하게 보여준 황정민은 이성민(핸섬가이즈), 이제훈(탈주), 정우성(서울의 봄), 최민식(파묘)과 겨뤄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김고은은 '파묘'에서 무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고아성(한국이 싫어서), 라미란(시민덕희), 전도연(리볼버), 탕웨이(원더랜드)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맛봤다.
황정민과 김고은은 앞서 지난 5월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들은 국내 대표 영화시상식 2곳에서 인정받으며 2024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황정민은 2002년 '로드무비'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뒤 2005년 '너는 내 운명', 2013년 '신세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바, 여기에 '서울의 봄' 트로피까지 더해 총 3번의 남우주연상 기록을 썼다. 이로써 황정민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총 3회 수상한 신영균, 문성근,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와 함께 최다 수상자에 올랐다.
황정민은 수상 후 눈물을 흘리며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처음 받았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아내에게 '나도 저런 시상식에서 저런 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는데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큰 용기를 줬다. 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남우주연상을 3번이나 받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 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 연기를 사랑하시는 분들,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시는 모든 분이 주연감이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요즘 영화 제작이 어렵기는 하지만, 한국영화는 늘 곁에서 살아 숨 쉴 거다. 제가 배우랍시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게 해준 저의 아내, 존경하는 저의 아내에게 영광을 돌리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고은은 2012년 '은교'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뒤 12년 만에 여우주연상 위치에 올라섰다. 그 사이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유미의 세포들'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데뷔작 '은교' 이후 영화 상복이 없었던 그는 오랜 시간 끝에 얻은 결실에 눈물을 보였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김고은은 함께 '파묘'를 만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돌리며 "청룡영화상에 오니까 신인상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정지우 감독님께 참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라는 배우를 소개해 주시고 또 애정과 염려의 시선으로 제가 가고 있는 길을 바라봐 주셔서 제가 더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연기가 너무 좋다. 연기를 할 때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행복감이 더 크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황정민과 김고은은 각각 '서울의 봄'(누적 1312만명)과 '파묘'(누적 1191만명)로 침체된 영화 시장에 '천만 영화'라는 숨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베테랑2'(누적 752만명), '대도시의 사랑법'(누적 87만명)을 통해 하반기 영화 시장에 활기를 돋웠다.
이들의 영화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서울의 봄'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참혹한 역사를 일깨웠고, '파묘'는 풍수지리라는 한국적 소재를 오컬트와 접목해 항일 정신을 불러왔다. 두 영화는 민족 역사를 통해 삶에 지친 관객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9년 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온 '베테랑2'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적복수 문제를 아버지의 성장과 함께 그려내 장르적 통쾌함과 버무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고,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 소재를 기반으로 삶의 다양성을 이야기해 젊은 관객들에게 큰 위로를 안겼다.
황정민과 김고은은 한 해 동안 '영화배우'로서 스크린의 소중함을 전달하며 관객의 삶에 힘을 불어넣었다. 다가오는 2025년도 두 배우의 차기작이 준비돼 있다. 황정민은 영화 '호프'와 드라마 '나인 퍼즐'로 돌아올 예정이며 김고은은 첫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펼쳐갈 이야기는 또 어떤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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