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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승자' 박찬호가 박성한·오지환·김주원에게 [골든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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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승자' 박찬호가 박성한·오지환·김주원에게 [골든글러브]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2.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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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오지환(LG 트윈스), 김주원(NC 다이노스)의 수비를 보면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다. 박성한(26·SSG 랜더스)은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데 타격은 나보다 훨씬 좋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KIA(기아)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의 말이다. 리그 내 치열한 유격수 경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화려한 조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쟁자를 축하하려는 마음으로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당시 291표 중 120표를 받아 LG(엘지) 오지환(154표)에 34표 뒤진 2위에 자리했다. 

박찬호가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1년 만에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선 박찬호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호명됐다. 288표 중 154표. 지난해 오지환과 똑같은 표를 받았다. 2위 박성한(118표)을 36표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오지환-박찬호 구도와 흡사하다. 

박찬호와 박성한의 치열한 경쟁은 시상식 전부터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박찬호는 134경기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 박성한은 137경기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 OPS 0.791. 정규시즌 개인 성적을 비교했을 때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둘 다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사전 인터뷰에서 박성한은 “수상을 기대하고 왔다. 내가 봐도 (기록이)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 말했다. 박찬호 또한 “지난해에는 박수 치기 위해서 왔지만, 올해는 수상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왔다”고 언급했다.

박찬호가 시상식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박성한이 시상식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예상대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6표) 다음으로 접전이었다. 수상 직후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올랐다. 오래 걸렸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14년 KIA 입단 후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다. 데뷔 10년 만에 국내 최고 유격수로 올라섰다.

박찬호는 “올 시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우승도 했고 수비상 포함해서 유격수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받았다”며 “절대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겠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상식 후 만난 박찬호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머리가 하얘지고 힘이 풀렸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안 나왔다”며 “내 나름대로 올해 좋은 성적을 올려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작년과 달리 수상에 대한 기대를 하고 와서 느낌이 달랐다”고 말했다.

박찬호(왼쪽)가 오지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지난해 박찬호의 축하를 받았던 오지환까지 참석해 유격수 부문 후보만 3명이 함께 했다. 박찬호는 단상에서 꽃다발을 안겨준 오지환에 대해 “깜짝 놀랐다. 나는 꽃다발을 주지는 않았다”며 “지환이 형이 다른 상을 받는 줄 알았다. ‘이런 큰 뜻이 있었구나’ 싶었고 또 하나 배웠다”고 감탄했다.

한편, 지난해 자신처럼 수상이 불발된 박성한에 대해서는 “아쉬울 것이다. 축하해줘서 고생했다고 한번 안아줬다”면서 “작년에 혼자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초라하게 느껴졌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 것”이라 말했다.

박찬호(왼쪽)가 이범호 KIA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박찬호, 박성한, 오지환 외에도 올 시즌 KBO리그는 수준급 유격수가 많았다. 김주원,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이도윤(한화 이글스) 등 20대 유격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2024년이다. 

박찬호는 리그 내 좋은 유격수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환이 형이 수비에서 보여주는 순간 대처 능력이나 유연한 타구 처리도 그렇고, 요즘 김주원의 수비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며 “공격력은 몰라도 리그 전체적으로 유격수들의 수비력이 많이 올라왔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수비로는 안 밀린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내 걸로 만들기 위해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시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박성한이다. 박찬호는 "진짜 좋은 유격수"라며 "나보다 3세나 어리고 타격은 훨씬 좋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박성한은 시상식 후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아쉽지만 후련하다”며 “찬호 형이 잘했으니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자극이 많이 된다. 더 압도적으로 잘해서 골든글러브를 받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찬호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그는 “매년 개인 지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 상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예전에 한 번 건방 떨다가 ‘나락’으로 간 적이 있다. 1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찬호, 박성한을 비롯한 리그 내 유격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내년에도 KBO리그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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