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수년 전부터 제가 살아온 야구 인생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속 즐기면서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죠. 안 되면 그만, 잘 되면 계속하는 식으로 합니다.”
한국시리즈 우승 6회, 골든글러브 트로피 7개. KIA(기아) 타이거즈의 해결사 최형우(41)에겐 여한이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주목한 방출 신화의 주인공.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으나 2005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경찰야구단 시절 외야수로 전향해 맹활약, 이를 바탕으로 삼성에 재입단한 뒤 재능을 꽃피운 게 2008년부터다. 이후 16년을 쉼 없이 달려온 최형우는 커리어 황혼기에 접어든 40대에도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최형우는 올해 116경기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을 마크했다. 최고령 100타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KIA 부동의 4번타자로 맹활약,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최형우의 꾸준한 자기관리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결실을 보았다. 288표 중 137표(47.6%)를 획득, 강백호(KT 위즈·91표)와 김재환(두산 베어스·60표)을 제치고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4년 만에 단상에 올랐다. 최고령 골든글러브 신기록이다. 40년 11개월 27일로 2022년 이대호의 40년 5개월 18일을 뛰어넘었다.
최형우는 “나이가 많은 데도 이 자리에 다시 와서 설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올해 정말 완벽했던 한 해를 치른 것 같다. 선수들과 KIA 팬분들이 다 같이 어우러져서 좋은 성적을 냈다. 항상 열정적인 응원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나라가 많이 힘든데 야구 팬들이 선수들 경기할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후 만난 최형우는 최고령 기록에 의미를 부여해달라는 질문에 “내가 대호 형을 이겼다는 것 아닐까”라며 미소 지었다. 2년 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은퇴한 이대호는 당시 40세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41세 시즌을 마친 최형우는 누구도 해낸 적 없던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최고령 수상의 비결은 꾸준한 관리와 단단한 내면에 있었다. 최형우는 비활동기간인 12월에도 “운동을 쉬지 않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나이가 드니까 오래 쉬면 안 된다. 몸을 다시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4년 전부터 느끼고 있다. 지난해에도 쇄골 다치고 5개월 쉴 때 몸 만드는 데만 3~4개월이 걸렸다. 조금이라도 계속 운동해야 유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최형우는 “항상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뛴다”며 “수년 전부터 내가 살아온 야구 인생에 만족하고 있다. 크게 아쉬움이 없다. 계속 즐기면서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뛴다. 안 되면 그만, 잘 되면 계속하는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내년 1월 3일 개인 훈련을 위한 괌 출국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1+1년 총액 22억원에 계약했는데 올 시즌 옵션을 충족했다.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고 뛴다. 100타점, 골든글러브 등 각종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운 최형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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