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1승 17패.
서울 GS칼텍스 KIXX는 올 시즌 전반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라운드 4번째 경기에서 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이긴 뒤 14연패,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썼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이 "어디부터 손봐야 할지 막막하다. 팀이 너무 망가진 것 같다"며 좌절할 정도였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개막 전후로 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향~권민지~유서연, 미들블로커 최가은, 세터 안혜진 등이 돌아가면서 다쳤다. 지난해 11월 28일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 지젤 실바(쿠바), 아웃사이드 히터 스테파니 와일러(호주)가 동시에 쓰러져 속앓이했다.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친 GS칼텍스는 후반기 첫 경기에서 대이변을 연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7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열린 선두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4라운드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5-19 25-18 22-25 21-25 15-13)로 승리, 기나긴 1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전반기 15승 3패로 선두에 오른 흥국생명을 잡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주포 실바의 존재감이 빛났다. 1~4세트 모두 공격점유율 40%를 넘기면서도 매 세트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졌다. 승부처인 5세트에서도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8점을 추가, 홀로 무려 51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전반기 흥국생명과 세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13.7점에 그친 아쉬움을 깨끗이 씻었다.
수비에서도 GS칼텍스가 한 수 위였다. 블로킹 10-9, 디그 85-65로 흥국생명 상대 우위를 점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5세트 12-12에서 미들블로커 오세연이 블로킹 1개 포함 결정적인 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가져왔다. 오세연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블로킹(5개)으로 네트 위를 지배했다. 철저한 분석으로 확 달라진 GS칼텍스의 경기력에 장충을 찾은 관중 2838명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많은 훈련량이 대이변의 비결로 꼽혔다. GS칼텍스는 지난달 28일 흥국생명전 0-3 셧아웃 패배 후 9일의 휴식기 동안 절치부심했다. 경기 전 이영택 감독은 “전반기 부상자가 빠지고 복귀하는 게 반복돼 훈련량이 많이 부족했다. 짧은 휴식기였지만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따라왔다”며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연패만 탈출하면 앞으로는 계속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이영택 감독은 “휴식기에 시즌 중 할 수 있는 훈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진했다”며 “선수들이 불만 없이 잘 따라왔다. 새해 첫 경기에서 연패를 끊으려는 의지가 보였다”고 총평했다.
특히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 GS칼텍스는 전반기 신장 195cm의 아웃사이드 히터 와일러가 있을 땐 사이드 블로킹에서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아시아쿼터 교체를 단행하면서 수비 위치 선정에 신경을 기울였다. 또한 레전드 세터인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에게 세터 김지원의 2박3일 특훈을 부탁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3,4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리버스 스윕 위기에 처했을 땐 ‘긍정의 힘’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영택 감독은 “선수들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계속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며 “어린 선수들이 많아 승부처에서 무너질 때가 있었는데, 힘든 훈련을 잘 이겨냈기 때문에 나부터도 불안해하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2개월 만에 시즌 2승째를 챙긴 GS칼텍스는 후반기 재도약을 준비한다. 이영택 감독은 “목표를 말할 상황은 아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2승이라 자만할 선수단은 아니”라며 “오늘처럼 잘 준비해서 승리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 리그 선두를 잡아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코트에서 절실하게 최선을 다하게끔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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