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못 봤다. 지난달 2차전도 환호하길래 하지 말라고 했는데… (웃음) 대표팀 가서 친해지려고 노력한 사이다.”
서울 SK 나이츠 안영준(30)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이우석(26)의 ‘알통 세리머니’를 언급하자 멋쩍은 듯 이렇게 답했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1위 SK와 2위 현대모비스의 2024~2025 KCC 프로농구(KBL) 3라운드 맞대결. SK의 76-70 승리로 끝난 경기에서 결과만큼 화제를 모은 건 두 국가대표 포워드, 안영준과 이우석의 격돌이었다.
누적 득점 토종 2위 안영준(367점)과 공동 3위 이우석(340점)은 이날도 나란히 더블더블을 달성, 코트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안영준은 SK 선수 중 최다 출전 시간인 34분 26초를 소화하면서 11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1블록, 이우석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9분 49초를 뛰면서 16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3블록을 기록했다.
백미는 1쿼터 중반 SK 안영준의 레이업을 현대모비스 이우석이 블록슛한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SK가 2-12로 크게 뒤진 상황. 안영준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속공을 시도했으나 이우석이 왼팔을 쭉 뻗은 채로 가로막아 득점에 실패했다. 이우석은 블록 성공 후 ‘알통 세리머니’를 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매치업에서는 이우석이 우위를 점했지만, 승리는 SK의 몫이었다. 안영준은 여러 차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턴오버를 5개나 저지르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센터 자밀 워니(미국·19점), 가드 오재현(17점)과 함께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영준은 “(현대모비스와) 계속 1위 싸움을 했는데 단독 1위가 확정돼 마음이 편하다”며 “지난달 홈에서 (89-90으로) 지고 수비를 많이 준비했다. 가드 오재현, 김태훈, 최원혁이 앞선에서 잘 해줬다. 준비한 대로 했다”고 말했다.
안영준은 ‘SK가 4쿼터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호평에 “(원인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승부욕 아닐까? 지기 싫어서 한 발 더 뛰는 것 같다. 선수들도 4쿼터에 더 집중해서 수비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우리 팀의 장점인 만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석과 맞대결에 대해서는 “2라운드 경기에서 3점을 많이(5개) 내주고 졌다”며 “후배지만 잘하고 있으니 보고 배워야 한다. 감독님도 잘 막으라고 하셔서 그걸 염두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고비를 넘겼지만, 부상 변수가 있어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앞서 전희철 SK 감독은 경기 후 “이겼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다. 안영준이 허벅지를 다쳐서 다음 경기가 어렵다고 했다”며 “한 번 세게 맞으면 꽤 간다. (김)선형이와 영준이가 (동시에) 빠지면 타격이 있다”고 걱정했다.
안영준은 “(상대가) 때리는데 (파울이) 안 불린다. 경기 때도 아팠고 (기자회견을 하는) 지금도 아프다”면서 “배, 허벅지, 골반에 머리도 맞았다. 오늘 서울에서 자는데 얼음 계속 대 보고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오는 23일 울산 원정을 떠나 현대모비스와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오른 안영준과 이우석의 경쟁 구도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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