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예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과 비슷하다고 설명하겠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의미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스베이거스 출국을 앞두고 ‘박지성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절친 김혜성(26·LA 다저스)을 미국에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묻자 20년 전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의 현역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한국 야구 현역 최정상 타자가 한국 축구의 아이콘을 소환하면서 관심이 쏟아졌다.
박지성은 2005년 7월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떠나 맨유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이후 7시즌 동안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 공격수로 뛰었던 이정후는 당시 맨유와 지금 다저스의 위상, 박지성과 김혜성의 팀 내 주전 경쟁 구도를 비슷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이정후가 미국으로 떠나고 하루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뒤 "그 기사를 보고 3초 동안 웃었다"며 "워낙 대단하신 분과 비유해서 감사한 말"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이정후는 비유가 필요 없는 ‘슈퍼스타’라며 극찬했다.
2017년 키움 히어로즈 입단 동기인 둘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많으면 13경기까지 맞대결을 가질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라이벌리는 MLB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다만 몸값이 높아 주전 외야수 한자리가 확실한 이정후와 달리 김혜성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김혜성이 4일 다저스와 계약한 뒤 열흘 만에 미국으로 떠나는 배경이다. 그는 워싱턴주 시애틀을 거쳐 다저스 스프링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로 이동해 본격적인 빅리그 '생존 경쟁'에 나선다. 다저스가 오는 3월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시카고 컵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도쿄시리즈' 일정을 앞둔 만큼 2개월 안에 가진 능력을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
여러 구단의 제안을 받았던 김혜성은 다저스를 택한 배경으로 '매력'과 '성적'을 언급했다. "포스팅 신청하고 제일 먼저 연락을 준 구단이 다저스였다. 어릴 때 TV로 보았던 명문 구단이고 코리안리거도 많이 뛰었다. 작년 우승팀이기도 하다"며 "팀 자체가 매력적이라 마음이 끌렸다. 최고의 팀에서 뛰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저스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일본)의 조언도 한몫했다. 오타니는 김혜성의 입단이 공식 발표되자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글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적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혜성은 "같은 에이전트 소속사(CAA)라 같은 시설에서 운동했다. 볼 때마다 인사 나누고 대화하고 응원 몇 마디 받았다"며 "항상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혜성 씨'라고 인사해 줬다. 그래서 나도 분발해서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대화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MLB 진출의 꿈을 이룬 김혜성은 2024 월드시리즈 챔피언 다저스의 주전이라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40인 엔트리에 등록된 김혜성은 개막 26인 엔트리에 들어가는 걸 첫 목표로 설정했다. KBO리그에서는 2루수로 줄곧 출전했으나 “다저스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기더라도 잘 소화해 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갔다고 해서 경쟁은 안 하는 건 아니”라며 “첫해는 어디로 가든 도전이고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다저스에서 경쟁해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판단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혜성이 MLB 정착에 성공하면 키움의 전성기를 쌍끌이했던 이정후와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맞대결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김혜성은 "그동안 다른 팀 타석에 정후가 있던 건 청백전뿐"이라며 "만약 상대팀 타석에 정후가 있다면 똑같은 마음으로 그냥 다 잡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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