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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체육회장 당선 ①] "왕하오보다 강하지 않아" 대이변 재현한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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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체육회장 당선 ①] "왕하오보다 강하지 않아" 대이변 재현한 뚝심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5.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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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왕하오(중국)와의 결승 때도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기흥 후보가) 왕하오보다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유승민(43) 후보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2004년의 그리스에서 일군 기적을 떠올리면서다. 유 후보는 현역 시절 왕하오 상대 2승 18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는 빠른 타이밍에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대이변’을 연출했다.

유승민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체육회장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유승민 후보는 이때의 경험을 예시로 삼으며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승산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그때처럼 3선 도전을 밝힌 이기흥 현 회장이 탄탄한 지지층을 갖춘 가운데 전날(25일) ‘반 이기흥’ 연대의 단일화 협상이 최종적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기흥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유승민 후보는 "단일화 필요성을 느끼고 협상에 임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단일화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대한민국 체육의 해결사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19일 간의 선거운동을 전력으로 내달린 끝에 판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유승민 후보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최종 417표를 얻어 당선자로 호명됐다. 이기흥(379표) 후보, 강태선(216표) 서울시체육회장, 강신욱(120표) 단국대 명예교수, 오주영(59표)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김용주(15표)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을 제치고 사상 최고 경쟁률에서 승자로 우뚝 섰다. 

유승민 당선인이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참여, 투표율 53.9%를 기록한 선거였다. 무효는 3표. 유승민 당선인의 득표율은 34.5%였다. 4년 전 46.4%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던 이기흥 후보가 ‘사법 리스크’로 주춤하는 사이 '체육계 변화'를 기치로 표심을 공략한 게 통했다.

9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처럼 발로 뛰면서 만든 승리다. 유승민 당선인은 당시에도 인지도가 떨어져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하루에 25km씩 걸어 다니며 총 23명의 후보 중 2위(최다 득표 4명 당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못지않게 어려웠다. 유승민 당선인은 지난달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젊으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는 말로 양보를 권유받았다. 그러자 2차 회동에 불참하면서 정면승부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선택이 적중했다.

선거 기간에는 강신욱, 강태선 후보가 유승민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공세에 유 당선인은 선거 하루 전인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전면 부인했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의 행보는 대한체육회장 당선으로 결실을 보았다.

유승민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당선인의 임기는 2029년 2월까지다. 이 기간 동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 등 각종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줄줄이 열린다. 아수라장이 된 학교 체육 정상화, 정부와의 관계 개선 등 밀린 과제도 쌓여 있다.

유승민 회장은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많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체육계는 너무 많은 현안을 갖고 있다"며 "체육인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혼자서는 불가능하며, 체육인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과 힘을 합했을 때 가능하다. 부족하지만 제가 그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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